‘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원’ 배째라 불법영업 논란

입력 2025-02-05 07:01
한 어린이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미나미구 민간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에서 우리에 들어가 호랑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모습. 홋카이도방송 영상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원’으로 불리는 민간 동물원이 무허가 시설 건설 후 20년째 영업을 이어온 사실로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반복된 지도에도 시정되지 않자 강제 철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홋카이도방송(HBC)은 “박력 있는 먹이 주기 체험 등으로 유명한 삿포로시 미나미구 민간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는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원이라고도 불리는 시설”이라며 “삿포로시는 건축이 불가능한 시가화 조정구역에 무허가로 시설을 건설한 점을 문제 삼아 법률에 근거한 철거 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3일 보도했다.

HBC는 “명령이 내려질 경우 운영 회사는 시설을 전부 철거하고 부지를 원상복구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며 “사실상 폐원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2005년 7월 문을 연 노스 사파리 삿포로는 사자, 악어 등 약 150종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관람객이 우리 안에 들어가 호랑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TV 프로그램이나 여행 잡지 등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원’으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고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설명했다.

삿포로시는 이 동물원 개장 전인 2004년 10월 순찰 과정에서 무허가 시설이 건설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후 운영 회사에 여러 차례 구두 및 공식 문서로 “철거해달라”고 지도했다. 운영 회사 측은 “알겠다”고 답변했지만 시정 지도를 이행하기는커녕 지난 20년간 시설을 확장했다고 한다.

그사이 동물원은 삿포로 대표 온천마을인 조잔케이에서 몇 안 되는 가족 단위 레저시설로 자리잡았다.

월요일인 3일 이곳을 방문한 HBC 기자는 “오늘은 평일이라 스노모빌 등 액티비티만 운영되고 있지만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삿포로 주민인 관광객은 “온천에 다녀오면 여기로 온다”며 “여기 말고는 갈 곳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국유지’ 국도에 3m 넘는 간판 설치
동물원 ‘노스 사파리 삿포로’ 측이 국도에 불법으로 세운 간판. 요미우리신문 기사 발췌

이 동물원 운영 회사인 석세스 관광은 “관광객이 길을 찾아오기 어렵다”며 도로법을 위반하고 국도 변에 불법 간판을 설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은 “국토교통성은 간판 철거를 요구하며 행정 지도를 계속해 왔지만 회사 측은 ‘길을 찾기 어려워서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4일 보도했다.

국토교통성 홋카이도 개발국은 문제의 간판이 국도 230호선을 따라 모두 5곳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철제 파이프 등을 조립해 국유지에 세워진 상태다. 가장 큰 간판은 세로 1.5m, 가로 3m 이상으로 ‘다음 신호에서 우회전’ 같은 길 안내 표시와 이벤트 홍보 문구 등이 포함돼 있다.

요미우리는 “국도는 국유재산에 해당한다”며 “도로 변 국유지에 영리 목적의 간판을 설치하는 것은 도로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홋카이도 개발국이 간판 불법 설치 사실을 확인한 건 2006년이다. 그때부터 불법성을 지적하며 철거를 요구하는 행정 지도를 반복했지만 회사 측은 응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홋카이도 개발국은 강제 철거 조치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동물원 측 “‘폐원 명령’ 보도 매우 유감”
‘노스 사파리 삿포로’ 운영 회사 석세스 관광이 동물원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폐원 명령’ 보도 관련 입장문. 해당 웹사이트

동물원은 삿포로시가 사실상 ‘폐원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는 보도에 대해 석세스 관광 명의로 “매우 유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 1일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석세스 관광은 “우리 동물원은 동물 취급업, 숙박업, 요식업에 필요한 모든 허가를 취득한 상태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삿포로시가 마치 ‘폐원 명령’을 내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사 내용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또 “도시계획법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삿포로시 해당 부서 및 전문 컨설턴트와 협의하며 개선 계획을 논의해 왔고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듭된 지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행정을 무시한 것처럼 보도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삿포로시 해당 부서와의 협의·조정 사항 및 보도 내용과 사실 관계의 차이를 주 초에 시와 함께 다시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삿포로시는 동물원 영업을 위한 석세스 관광 측 신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속 음식점과 숙박시설 영업 허가도 내줬다고 한다.

현재 쟁점은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시설에 갑자기 철거를 명령할 수 있는지’다.

판사 출신 우치다 켄타 변호사는 HBC에 “(영업) 기간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삿포로시와 운영 회사 간) 협의 과정에서 시 측이 ‘이대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신뢰를 줄 만한 발언을 했다면 철거 명령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원 관람객 중에는 “20년이나 운영해 왔다면 함께 존속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최선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삿포로시는 조만간 회사 측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