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단합된 목소리를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경우에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강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동시에 도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관세는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막판 협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관세를 유예했듯 EU도 관세를 막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준비를 해야 하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각국 정상들도 미국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역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EU는 강력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지킬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일부 정상들은 미국 정부와의 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불필요하고 바보 같은 관세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무역)전쟁이 아니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는 당초 국방을 주제로 열렸지만, EU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압박과 방위비 분담 요구가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책회의’ 성격이 짙었다
유럽 방위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회원국 간 이견이 갈렸다. 대부분의 정상들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육성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자금 조달 방식에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오늘 제시된 아이디어를 토대로 방위 예산을 유통성 있게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내달 국방백서 발표를 예고했다.
EU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 시도에도 공동 대응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는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유엔 헌장을 지지하며 이는 전 세계 공통된 원칙”이라며 “덴마크 영토적 완전성을 보존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7개 회원국은 이날 회의에서 덴마크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며 국제법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이후 EU 차원에서 나온 첫 공식적인 공동 대응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함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참석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총리가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EU와의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하고 싶다”며 유럽 방위 문제와 관련해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