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사건’ 쌍방울그룹…사실상 해체, 각 사 독자경영체제로

입력 2025-02-04 17:43
서울 용산구 서빙고 소재 쌍방울그룹 사옥 로비 내 구조물 시공 변경 모습. 쌍방울그룹 제공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쌍방울그룹이 쌍방울을 매각하고 회사별 독자 경영 체제에 들어간다.

쌍방울그룹은 광림, 엔에스이엔엠 등 산하 회사가 앞으로 독립된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독자 경영을 펼친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쌍방울도 사명을 TRY(트라이)로 바꾼다.

앞서 지난달 17일 쌍방울은 뷰티기업 네이처리퍼블릭에 매각됐다. 매각 후 쌍방울그룹 내에는 특장차 제조기업 광림, 광학필터 및 홀센서 제조기업 퓨처코어, 여성속옷기업 비비안, 엔터테인먼트기업 엔에스이엔엠, IT유통기업 디모아 등이 남았다. 쌍방울 최대 주주인 광림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의 개인 회사인 세계프라임개발로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광림이 보유하고 있는 비비안 지분도 쌍방울에 매각했다.

각사별 시스템으로 독립된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고객과 주주가치를 우선에 둔 책임 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는 쌍방울 매각에 따른 오너리스크 해소와 더불어 각사별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등을 대납했다는 혐의를 받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쌍방울과 광림은 2년 넘게 주식 거래정지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기업인 쌍방울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과거 정체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라며 “각사들은 앞으로 제각기 살아갈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 네이처리퍼블릭 창업주 정운호 대표가 주요주주로 있는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울을 인수한만큼 앞으로 K패션·뷰티 사업 시너지에 본격 시동을 걸지도 주목된다.

쌍방울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본사 사옥 외부 구조물을 ‘쌍방울그룹’에서 ‘쌍방울’ 시공 변경하며 관련된 모든 명칭을 제거했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소재 본사 사옥도 관련된 명칭을 제거하는 등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쌍방울은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기 위한 독자 운영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