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이후 여소야대로 인한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내각이 2달 만에 또 붕괴 위기를 맞았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올해 예산안을 하원 투표 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바이루 총리는 2주 사이 4번의 불신임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3일(현지시간) 헌법 제49조 3항을 사용해 올해 국가 재정법안과 사회보장 재정 법안 등을 강행 처리했다. ‘헌법 제49조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하원 표결 없이 국무회의 승인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이를 사용하면 24시간 내 내각 불신임 투표가 진행된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예산안은 무효가 되고 내각도 무너진다. 앞서 프랑스에선 지난해 12월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해당 조항을 사용해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가 불신임안 가결로 무너진 바 있다.
이에 바이루 총리는 타협에 나섰다.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린 연금 개혁안에 대해 재협상 의사를 밝혔고 대기업에 대한 추가 세금·금융거래세 인상 등도 받아들였다. 그는 하원에서 “어떤 나라도 예산 없이 살 수 없다”며 “우린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호소했다.
다만 이번에 불신임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명확하게 불신임안 가결 입장을 드러낸 주요 정당은 좌파 계열 신민중전선(NFP) 내 최다 의석을 보유한 불복하는프랑스(LFI) 정도다.
같은 NFP 소속인 사회당은 바이루 내각에 대한 신임 의사를 밝혔다. 사회당은 “우파 예산”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프랑스엔 예산이 필요하다”며 예산에 대한 불신임안엔 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원 내 최다 의석을 보유한 국민연합(RN)은 아직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프랑스24는 “극우 RN이 불신임을 지지하더라도 바이루는 당장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루는 예산의 나머지 부분을 통과시키기 위해 내주 2차례 ‘헌법 제46조 2항’ 카드를 추가로 꺼내 들 전망이다. 불신임 투표가 다음주에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지난달 16일 바이루가 첫 불신임안에 직면했을 때 사회당 내에선 8표의 반란표가 나왔다. 이 때문에 내각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