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조 배터리 반입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보조 배터리가 거론되면서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항공사, 공항 등 항공업계 관계자들과 보조 배터리 반입 규정 강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관련 회의가 열린 건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3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의에선 보조 배터리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보조 배터리를 지퍼형 비닐팩에 넣어 비행기에 올라타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이 보조 배터리를 투명한 지퍼형 비닐팩에 넣은 뒤 탑승하면 승무원이나 승객이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에 관리가 수월해진다.
이외에도 기내에서 보조 배터리 충전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보조 배터리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부착하는 방안 등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 배터리 등을 갖고 기내에 탑승하는 것을 막기보다는 사용을 통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배터리에 불이 붙는 문제가 불거진 일부 제품의 기내 이용을 금지한 적이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선 구체적인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조만간 보조 배터리 반입과 관련해 강화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용량 100Wh 이하 보조 배터리는 1인당 최대 5개로 제한하고 있다. 100Wh 이상~160Wh 미만은 1인당 최대 2개로 항공사 승인이 필요하다. 160Wh 이상은 반입이 불가하다.
항공업계는 이미 자체적으로 보조 배터리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에어부산은 탑승 전 승객들에게 ‘지퍼형 비닐팩에 모든 배터리를 넣어 소지해 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제주항공은 “기내 반입하는 보조 배터리는 기내 선반에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몸에 소지하거나 눈에 보이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안내를 추가했다.
항공업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보조 배터리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보조 배터리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화재 위험이 있는 물건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엄격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