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가 미국의 범죄자와 추방자를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수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남미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엘살바도르에서 나입 부켈레 대통령과 만난 후 이같이 밝혔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리나라에 대한 특별한 우정의 일환으로, (엘살바도르는) 세계 어디에서도 전례가 없는 특별한 이주 협정에 동의했다”며 엘살바도르는 국적에 상관없이 미국이 추방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받아들여서 감옥에 가둘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적인 거주자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구금 중인 위험한 범죄자들을 엘살바도로의 감옥에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부켈레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번 합의를 확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게시글에서 “우리는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미국 시민권자 포함)만 대형 교도소에 수용할 의향이 있다”며 “수수료는 미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금액으로 우리의 전체 감옥 시스템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합의를 비판했다. 라틴아메리카연합시민연맹 전국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인 로만 팔로마레스는 “출국된 비범죄 이민자들을 출신지와 상관없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는 소처럼 취급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들은 인간이며, 그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에머슨칼리지의 국제정치학자인 므니샤 겔먼 교수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출신 국가도 아니고 그들이 통과한 국가도 아닌 국가로 보내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거래 관계를 추구하는 두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우파 지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전례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어떤 종류의 법적 조항에도 뿌리를 두고 있지 않으며 이민자의 권리와 관련된 여러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갱단의 일원이라는 의심만으로도 구금할 수 있게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사회안정의 수단으로 구금을 이용하고 있으며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금율을 보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비상사태로 수감된 8만명이 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무죄라고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