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독립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를 국무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전담해온 USAID가 국무부에 흡수되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남미 순방국인 엘살바도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USAID 처장 대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USAID에 대해 “자신들이 국익이나 납세자의 돈과는 상관없는 글로벌 자선단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경우 USAID는 우리가 국가 전략에 따라 하려는 일에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사람들이 이를 개혁하려고 노력한 지 20~30년이 지났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USAID의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며 “USAID는 국무부로부터 지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전날 엑스(X)에 “USAID는 범죄 단체다. 이제는 죽을 때가 됐다”며 폐쇄를 주장했다. 이날도 “우리는 그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USAID에 대해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제개발처 폐쇄가 불법적인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의회가 만든 독립기관을 없앨 권한이 없다. 국무부가 USAID를 흡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USAID는 최근 고위직들이 해고됐다. 수백 명의 공무원들이 예고 없이 이메일 등 USAID 온라인 시스템에서 배제됐다. 직원들도 이날 워싱턴에 있는 본부가 문을 닫기 때문에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직원 100여명이 워싱턴에 모여 폐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USAID는 미국의 해외 원조를 전담하는 독립 부처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개발협력기구로 매년 전 세계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며 빈곤 완화, 질병 치료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민주주의 증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연간 예산은 428억 달러(약 62조원)다. 하지만 머스크가 USAID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예산 낭비 기관’으로 낙인찍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원조에 대한 경멸을 표명해왔지만, 그들(USAID)은 완전히 해체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USAID가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미국의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불안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