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부과 유예…관세 전쟁 일시휴전

입력 2025-02-04 09: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우승팀인 플로리다 팬더스를 불러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불법 이민자와 마약 펜타닐에 대해 두 국가가 대대적 대책을 약속해서다. 트럼프가 불붙인 글로벌 관세 전쟁이 일시적이나마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관세 부과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일시 유예된 것이어서 트럼프의 롤러코스터 관세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과 오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관세 부과 유예를 결정했다. 관세 부과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캐나다는 우리가 안전한 북부 국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수십만 명의 미국인을 죽이고 가족과 지역사회를 파괴해 온 펜타닐과 같은 치명적인 마약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것을 마침내 끝내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초기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최종 경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30일간 유예될 것”이라고 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소셜미디어 엑스에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경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명 투입 등도 약속했다.

트럼프는 앞서 이날 오전 멕시코에도 관세부과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방금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우리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멕시코 고위급 대표가 이끄는 협상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예상되는 관세를 즉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셰인바움 대통령과 함께 이런 협상에 참여해 양국 간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대화였으며, 멕시코와 미국을 가르는 국경에 멕시코 군인 1만명을 즉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군인들은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지정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는 “아마도 앞으로 24시간 안에 중국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의 이유로 “펜타닐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도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펜타닐 대책을 내놓을 경우 관세 부과가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하루 전까지 엄포를 놓았던 관세 부과를 전격 유예한 직접적 이유는 캐나다와 멕시코 양국이 국경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관세가 경제적인 목적보다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보복관세 여파가 상당하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으로 묶여 사실상 무관세인 세 나라가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해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의 감내해야 할 출혈도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트럼프도 “고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관세 부과가 임박하자 주식시장은 추락했고, 가상화폐도 급락했다.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관세부과를 일정 기간 유예해 부작용 규모를 파악하고 협상 시간도 벌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일시 유예한 것에 불과해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재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향후 한 달간 미국의 25% 관세 시행 여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해당 국가로부터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당연히 관세는 시행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야 할 일이 많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중국을 향해서도 “대(對)중국 관세는 개시 사격(opening salvo)이었다”며 “우리가 합의(deal)하지 못하면 중국 관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닐과 파나마 운하 문제 등에서 중국과 만족할만한 협상을 하지 못하면 관세율을 더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