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매기기로 했던 25% 고율 관세 부과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에 군인 1만명을 배치하기로 하는 등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인 데 따른 결과다.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날 오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결과 “매우 우호적인 대화였다. 군인들은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특별히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멕시코 고위급 대표가 이끄는 협상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관세를 즉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셰인바움도 같은 날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통화했지만 멕시코와 달리 관세 관련 별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는 트뤼도와 통화 후 SNS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가 미국 은행의 영업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마약 유입 문제의 심각성도 재차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다시 통화할 예정인데 캐나다가 펜타닐 단속과 통상 문제 등을 두고 만족할 만한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경우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고율 관세 부과가 한시적으로 유예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가 트럼프가 애초 예고한 이달 1일이 아닌 오는 3월 1일부터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이달 1일 부과하겠다고 밝혀온 트럼프는 지난 1일 이 관세를 4일부터 매기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그는 고율 관세 부과가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의 무분별한 미국 반입, 막대한 규모의 무역 적자 등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중국과도 향후 24시간 내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이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고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파나마를 돕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세율을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에 펜타닐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개입하고 있는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는 개시 사격(Opening salvo)이었다. (중국이) 합의하지 못하면 세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뿐 아니라 전 지구를 상대로도 관세 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전날 취재진을 만나 “미국은 사실상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 왔다. 미국은 거의 모든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등에 대해 실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