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혁신상은 마케팅 수단?… 작년 CES 수상 스타트업 116개 중 해외 투자는 1곳 뿐

입력 2025-02-04 00:03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일인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해외 투자를 유치한 곳은 단 1곳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모두 20곳이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CES가 투자 모집이 아닌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스타트업 민간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민간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데잍터를 분석한 ‘CES 2024 혁신상 그 이후’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CES 2024 혁신상 수상 스타트업 중 18.1%가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스타트업 116곳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는 수상 스타트업이 125개로 늘어났다.

투자를 유치한 CES 2024 혁신상 수상 스타트업 분야는 지속가능 6곳, 인공지능(AI) 3곳 순으로 나타났다. 헬스케어, 스마트홈 및 스마트시티, 인간안보, 로봇,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가 각각 2곳으로 집계됐다. 모빌리티와 농식품 분야는 각각 1곳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CES에서 수상한 스타트업들을 분석한 결과, 매출 증대보다 기술 및 제품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리즈A 미만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72.4%였다. 그러나 투자는 5곳 중 1곳도 되지 않았다. 해외 투자는 단 1곳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스타트업이 CES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스타트업·투자사 관계자가 모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매년 역대 최대 규모 참가, 최다 수상이라는 현상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참가기업과 수상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이 이유라고 분석했다.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할 초창기 스타트업의 CES 참여가 투자 유치의 성격보단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CES 스타트업관에 참여한 국가별 기업 수는 한국이 1위였다. 한국은 625곳으로 미국 189곳, 프랑스 171곳 등 순이었다.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유망 스타트업도 많은 미국보다 우리 기업이 4배 이상 많았다.

수상하는 기업은 해를 넘기며 증가하고 있으나, 창업 생태계는 악화하고 있다.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7개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3년 3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2개로 줄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후속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