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일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2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5일 1심 무죄 판결 이후 1년 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에 관여해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띄운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1심은 지난해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대해 결정한 과징금 등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면서도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는 형사재판 1심 판단과 배치돼 2심 판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추측과 시나리오에 의해 형사처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회계 부정의 고의가 드러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지도 차원으로 행정처분할 여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형사처벌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 부당합병 의혹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사해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이 회장 신청으로 2020년 6월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