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연구개발(R&D) 직군 조합원 10명 중 9명은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주52시간 상한제 예외 조항을 둔 반도체 특별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 관련 찬반 토론회를 개최한 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노동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연구개발 직군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04명 중 814명(90%)이 주 52시간 적용 제외에 반대했다고 3일 밝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6.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로 조사됐다.
조합원들은 ‘주52시간 예외 도입이 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건가’라는 질문(복수선택)에 주로 ‘워라밸 저하’(769명) ‘업무 스트레스 증가’(697명) ‘노동 시간 증가’(642명)를 우려했다.
‘최근 1년 동안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였으나 일하기 위해서 제외시간을 넣은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249명(27.5%)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술형 답변에선 초과근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는 법안의 취지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합원 A씨는 “연구 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 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 근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을 거의 넘지 않는다”며 “논문 준비, 기술 데모 준비 등으로 인해 아주 간혹 주 52시간 가까이 일하게 되면 집중력 저하, 인지 능력 저하를 즉각적으로 느낀다. 따라서 평소 업무 효율 유지를 위해서는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B씨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직무는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업무와 유관한 사항들은 1년 365일, 밤새 연중무휴로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의 주 52시간 등 근무 시간의 제약 마저 없어져 버리면 연구개발자들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에만 근로시간 예외를 적용할 경우 타 직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도체 특별법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전향적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난 뒤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52시간 근로 예외조항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도 “1억3000만원이나 1억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으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노동시간 적용제외와 같은 반노동, 반인권적 논의에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급히 우리 사회 저임금, 장시간 노동 관행 근절, 우리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 생명‧안전 확보를 위해 조속한 논의에 착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대 노총은 “반도체 특별법 처리 여부는 향후 이 대표의 대선 행보의 척도이자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실용주의 운운하며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정권 창출에만 혈안이 돼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추진한다면 노동자들의 눈엔 윤석열 정권과 매한가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노총은 우리 노동자들의 생명‧안전을 가지고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그 어떠한 정치세력과도 공조,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