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가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로부터 10억 원의 건축 기금을 지원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수서교회는 2일 창립 기념 주일을 맞아 서울 강남구 교회 본당에서 여명학교에 기금을 전달하며 안정적인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수서교회는 2019년 교회 건축과 이전을 마친 후 이를 감사하는 의미로 ‘한국교회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당시 최종 선발된 여명학교의 ‘홀리 시드 홀(Holy Seed Hall)’ 프로젝트는 탈북청소년의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과 통일을 준비하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새로 건축될 학교는 주중에는 교육 공간으로, 저녁에는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시설로, 주말에는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교회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이에 수서교회는 여명학교가 새 건물을 건축하면 1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여명학교의 건물 이전 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님비(NIMBY) 현상으로 무산됐고 현재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폐교 건물을 임시 사용 중이다. 지난해 8월, 폐교된 염강초등학교 자리로 이전했지만 운동장과 부대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이었고, 주민 반발을 우려해 한밤중에 이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학교 간판조차 두 달 동안 달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건물에도 다른 기관이 들어올 예정이라 2026년 2월이면 다시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교육 환경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명학교는 또 한 번 이전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이에 수서교회는 기존의 기부 계획을 조정해 건축이 시작된 후 지원하기로 했던 10억 원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황명환 목사는 “여명학교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탈북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2004년 개교한 여명학교는 탈북청소년과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서울 유일의 학력 인정 대안학교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도 기여하며, 탈북청소년들의 남한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협조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학교 측은 “이번 기금을 마중물 삼아 모금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이전 부지를 마련하고 건축을 추진해 탈북청소년들이 학업과 사회 적응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