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에게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이 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다. 아니면 매우 강력한 무언가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루비오 장관은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위협적이며, 영구적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미국과의)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비적 결정을 파나마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은 현 상태를 용납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변화가 없다면 미국이 조약에 따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취임 뒤 첫 해외 방문지로 파나마를 택했다. 그만큼 파나마 운하 문제를 중요한 외교 현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국무부 성명은 외교적 측면에서 보기 드물게 직설적이었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외교 정책에 설정한 기조와 어조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 통제·운영과 관련한 주권은 (외국 정부와의)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운하는 파나마가 운영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루비오 장관이) 운하를 되찾거나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실질적 위협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AP통신은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 인근의 항구를 25년째 운영하는 홍콩계 ‘허치슨 항구’ 회사로부터 항구 운영권을 회수하는 ‘타협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단독으로 계약을 연장해 항구를 운영해왔는데 이에 대한 적절성을 따지는 감사가 진행 중이다.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와 중국과의 관계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 관련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인데 중국의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면담 이후 파나마 운하를 직접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약 200명이 “루비오를 추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와 루비오의 이미지가 담긴 현수막을 불태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전부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1999년 파나마에 이양한 운하 통제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