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바이(No Buy) 2025”… 허리띠 졸라매는 미국인들

입력 2025-02-03 09:47 수정 2025-02-03 13:05
미국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노 바이 2025' 챌린지. 틱톡 캡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서 ‘소비 최소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생필품 외 소비는 극도로 줄이는 ‘노 바이(No Buy) 2025’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은 “많은 미국인, 특히 여성 콘텐츠 제작자들이 과소비에 반대하며 자신이 소유한 제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새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최근 트럼프 새 행정부에서 제안한 경제 정책에 비춰 지출이 적거나 없는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물가를 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올해 경제 상황이 더 좋아지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자료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신뢰도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물가가 안정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식료품 가격도 다시 상승 추세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달걀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정책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백악관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추가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미국인들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항목을 제외하고 모든 소비를 억제한다’는 ‘노 바이 2025’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플로리다 중부에 사는 전업주부 라일리 마컴은 CNN에 “상황이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미래가 두렵다”며 ‘노 바이 2025’ 챌린지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틱톡 등 SNS에는 ‘노 바이 2025’ 챌린지와 관련한 숏폼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 바이 리스트(No Buy List)’를 공유했다. 네일·헤어 등 미용 서비스 이용 최소화, 영화·외식 대신 공원이나 도서관 등 무료 시설을 활용한 여가 시간 보내기, 충동구매 금지 등이 ‘노 바이 2025’ 리스트에 담겼다. ‘비필수’ 구매 항목인 화장품이나 옷, 신발, 향수 등은 기존에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 이상 추가 구매를 하지 말자는 내용도 있었다.

올해 첫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사브리나 파레(디트로이트 거주)는 CNN에 “지금은 구매를 줄이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플로리다 남부에 사는 파시온 킬은 클라나, 애프터페이와 같은 ‘선구매 후지불’ 프로그램을 차단해 절약에 나섰다.

포브스는 지난달 3일 “이러한 (과소 소비) 챌린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나타났지만 오늘날 SNS에서 관찰되는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많은 사람이 재정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하드코어 하면서도 게임화된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