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폭격에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가 ‘정밀 타격’ 방식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전면적 관세 대신 공화당 우세 지역의 상품에 선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트럼프 행정부 압박을 최대화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으로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관세부과에 후퇴는 없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또 영국과 유럽연합(EU)에도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그들(캐나다 멕시코)의 전략은 미국인들도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공화당 지지층과 워싱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산업 집단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정밀 타격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이날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수입품 세부 명단을 발표했다. 켄터키주 위스키, 플로리다주 오렌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가전제품 등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주는 모두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지역이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등은 정부 소유의 주류 판매점에서 미국산 맥주, 와인, 증류주 등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캐나다도 미국의 보편 관세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미국이 맺은 무역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생각한다”며 제소 방침을 밝혔다.
멕시코도 곧 구체적인 보복 방안을 공개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 대국민 연설에서 “내일(3일)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복 관세 부과 대상인 미국산 제품 품목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멕시코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보복 관세 옵션 중에는 ‘회전식 보복’ 관세도 포함돼 있다. 보복 관세 대상이 되는 미국산 제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미국 수출에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것이다.
WSJ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동일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트럼프가 물가를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충분한 고통을 가해 그가 물러서도록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 이유로 언급한 마약 펜타일 유입에 대해 “미국은 자국 내에서 불법 마약 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어떠한 조처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미국 범죄집단 체포 소식을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산 총기 유입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 조직적 활동의 주요 뒷배경”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대화하고, 멕시코와도 대화할 예정이지만 드라마틱한 기대를 하진 않는다”며 “우리는 관세를 부과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빚지고 있고, 그들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단기적으로 약간의 고통을 겪을 수 있지만 국민들은 이해해줄 것”이라며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돈을 뜯기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영국과 EU에도 관세 부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영국도 그렇지만, 유럽연합은 정말 심하게 선을 넘었다”며 “영국은 도를 넘었지만,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한 일은 정말 끔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단하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는 것에 신물이 났으며, 우리는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 있다”고 옹호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