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한 달 넘게 남았는데 ‘방과후수업’은 1월로 끝… 제주 저출산 논의는 테이블에서만

입력 2025-02-02 23:49 수정 2025-02-02 23:55

제주지역의 많은 초등학교들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2월 중 운영하지 않으면서 방학기간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일 제주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도내 상당수 초등학교들이 2024학년도 방학후학교 프로그램을 1월로 종료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A초등학교는 지난달 6일 수료식을 진행한 뒤 1월 7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만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학교의 개학일은 3월 4일, 학생들은 설 연휴를 제외하고도 한 달 이상 방과후 수업 없이 방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수업 횟수도 프로그램 별로 적게는 2~3회가량만 이뤄지면서 방학 중 새롭게 과목을 신청한 아이들은 체계적으로 수업을 받기도 어렵다.

학원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한 달만 보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이 많지 않다. 읍면지역은 주변에 학원이 적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도·농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사교육 수요를 흡수해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는 ‘방과후학교’의 도입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 위 가운데)은 지난달 18일 제주저출산고령화대책협의회와 저출산·고령사회 유기적 대응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아래는 학생들이 없는 제주시 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이 초등학교는 지난 1월 24일까지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문정임 기자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A학교는 지난해에도 2월 2일까지만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B초등학교는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방과후학교 연간 운영계획을 탑재하기 시작한 2017학년도 이후 2월 중 방과후학교를 한 번도 운영하지 않았다. 도내에서 가장 학생 수가 많은 C학교, D학교, E학교도 같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2월에는 새 학년을 앞두고 행정업무 인계 작업이 필요해 방과후학교 운영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교육과정 수립 주간’은 2월 셋째 주(17~21일)로 학교 규모에 따라 2~5일간 이뤄진다. 또 방과후 수업은 외부 강사가 진행하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석면 공사 등 공사 일정에 따라서도 2월 중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석면 공사의 경우 겨울방학 기간 해당 공사를 진행한 학교는 3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지난해 여러 언론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가 지역사회는 물론 교육 현장에서도 큰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제주저출산고령화대책협의회와 ‘저출산·고령사회 유기적 대응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심각해지는 제주지역 저출산 문제 해소에 교육계가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학교는 물론 도교육청 역시 각 초등학교에 방과후학교 운영 기간에 대한 별도의 공문을 파급하지 않는 등 출산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 문제에 대해 교육 현장의 움직임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24일 글로스터호텔에서 ‘도민과 함께 미래를 기획하는 인구정책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위한 것으로 2040세대 100여명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제주도 제공

지난달 24일 제주도가 인구 감소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2040세대 100여명을 초청해 진행한 인구정책 원탁회의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러 테이블에서 개진됐다.

맞벌이 가구가 많은 제주에선 초등학교 자녀의 오후 시간 돌봄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진모(41)씨는 2일 “학교에 2월 방과후 수업을 왜 중단하는지 물어보니 새 학년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만 말을 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진씨는 “아무리 돈만 내면 보내는 학원이라도 방과후학교 중단 기간에 맞춰 한 달만 보낼 수 있는 학원을 찾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읍면지역에선 부모가 아이를 싣고 이동해야 해 맞벌이 부부들은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의 출생아 수는 2019년 4500명에서 지난해 11월 2930명으로 5년만에 35%나 줄었다. 제주지역의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6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