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록영화서도 中 흐리기… “러시아는 고락 같이 한 전우”

입력 2025-02-03 05:30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새로운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여정, 새로운 변혁의 2024년’을 보면 중국은 영화 내내 직접적인 언급이 되지 않았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언급이 주를 이뤘다. 국민일보DB

북한이 새로 공개한 기록영화에서 오랜 우방국인 중국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중 간 무역 거래와 교류가 급감하는 등의 소원해진 양측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가 지난 29일 공개한 새로운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여정, 새로운 변혁의 2024년’을 보면 영화 내내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조·중(북·중) 친선의 해’를 맞아 진행했던 개막식 관련 영상이 나오는 정도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도 부르지 않았으며 “우리를 존중하며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친선 도모”라는 설명만 나왔다.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은 내용을 기록영화로 상세하게 전달던 것이나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방중 내용을 영화로 남겼던 것과는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영화에서 러시아에 대해서는 ‘고락을 같이하는 전우의 관계’ ‘언제나 뜻과 의지를 함께하는 동지적 관계’ 등 우호적인 언급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 체결을 주요 대외 성과로 선전하기도 했다.

북한이 기록영화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러시아를 늘린 것은 최근 대외 관계 흐름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무기 지원, 무장병력 파병 등 러시아와의 밀착을 가속하면서 중국과는 인적·물적 교류를 줄이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양측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며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2023년보다 5%가량 줄었다.

북·중 간 이상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추후 향후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고려해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가까워지는 북한이 달가울 수 없는 상황이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당분간 북·중 관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은 북·러 밀착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북한도 자기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록영화에는 남측 무인기가 평양을 침투했다는 주장도 반복됐다. 이밖에도 각 지역의 살림집 건설 및 서북부지역 수해 복구 등 경제 성과, 지방공업공장 건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발사, 김 위원장의 핵시설 방문 등 군사 성과도 강조됐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