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판매 실적을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로보택시 사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에선 의구심을 갖는다. 브랜드 평가 순위마저 2년 연속 뒷걸음질치며 ‘테슬라 천하’가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편한 동행’이 오히려 회사 경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기차 178만9226대를 판매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180만8581대)보다 약 1% 줄었다.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전기차 대전환을 이루기도 전에 판매량이 꺾였다. 자동차 분야 매출은 770억7000만 달러(약 112조3912억원)로 전년 대비 6%가량 감소했다. 향후 전기차 판매량을 어떤 식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모호했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올해 판매량이 20~30% 성장할 거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전망도 ‘성장 회복’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이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실적보다 미래 전략을 설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가 들고 온 카드는 로보택시다. 머스크는 “오는 6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완전자율주행(FSD)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성이 구글 자회사 웨이모에 못 미친다고 진단했다. 웨이모는 미국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 4개 도시에서 이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웨이모가 10억 마일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테슬라는 6억6000마일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는 2016년부터 거의 매년 FSD가 다음 해에 출시된다고 약속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머스크도 이를 의식한 듯 “나를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에 빗대왔지만 이번에는 자율주행이라는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언장담에 이날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대 상승했다.
2년 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았던 브랜드 가치도 4위까지 내려앉았다.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업체 브랜드파이낸스는 최근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를 약 429억 달러로 평가했다. 2023년 662억 달러, 지난해 583억 달러에서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토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했다. 소비자 설문, 경영실적,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출한 결과다. 모델3와 모델Y 이후 시장성 있는 모델이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반대하는 트럼프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테슬라의 판매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기차 구매자는 대체로 환경 친화적인 성향을 지닌다. 대부분 전기차업체들이 친환경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머스크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에 반하는 정책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데이비드 하이 브랜드파이낸스 CEO는 “머스크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