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관세’에 WTO 제소·상응조치

입력 2025-02-02 16:19
중국 칭따오항에 지난달 25일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 백악관은 펜타닐 등을 이유로 중국의 미국 수출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선포했다”면서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관세 부과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걸핏하면 관세를 수단으로 타국을 위협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평등호혜·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중국과 솔직히 대화·협력하고 이견을 관리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금지 정책을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집행하는 국가”라며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미국의 펜타닐 문제 대응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긴급뉴스로 “미국의 이번 무역 보호 조치는 국제 사회와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의 추가 응징을 우려해 전면전에 나서진 않을 것이고 협상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10%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대중국 60% 관세보다 상당히 낮은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등 조치를 취하겠지만, 전면적이진 않고 트럼프의 추가 응징을 피하도록 신중하고 세심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보다 강력하고 성숙해 보이지만 중국도 8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등 영역에서 중국의 선도적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취할 보복 조치로는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을 들었다.

왕 교수는 미·중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미·중 관계 개선 조짐은 여전하다”면서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에 구조적 도전들이 있지만, 트럼프의 집권은 실제 중국과 협상의 여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