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 시작…캐나다·멕시코·중국 먼저 때릴 듯

입력 2025-02-01 11: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심지어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다. 캐나다 등 대상국도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천명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한 기자들에게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곧 일어날 것”이라며 “(이들이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3개 국가 모두에 대해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큰 적자가 있고 그것은 우리가 지금 (대응)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는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관세는 2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할 것이고 관세는 우리를 매우 부유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EU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EU에 관세를 부과할 것인가? 물론”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차도, 농산물도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또 철강, 알루미늄, 구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브리핑을 통해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10%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은 미국의 3대 무역 대국으로 미국에 자동차, 의약품, 신발, 목재, 전자제품, 철강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는 중국이 5363억달러(전체의 14.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멕시코(4548억달러), 캐나다(4366억달러) 등 순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가 모든 품목에 적용된다면 영향을 받는 대상은 총 1억3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에 대한 관세로 영향을 받았던 대상(3600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는 제품 수입업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추가적인 자금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NYT는 “(피해를 입는 수입업체) 대부분은 미국 회사들일 것”이라며 “수입업자들이 관세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공급망이 붕괴되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감당한다고 해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공산이 커 미국 물가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을 설득하면서도 관세 부과 현실화에 대비한 보복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캐나다는 멜라니 졸리 외무부 장관 등을 비롯한 고위 관료 다수가 워싱턴 DC에서 공화당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전진한다면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일각에선 테슬라 등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도 미국 소비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멕시코는 자동차, 컴퓨터 등 완제품의 주요 수출국이며 관세로 인해 과일, 채소, 육류 등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며 “이 영향은 캘리포니아부터 텍사스, 플로리다 등에서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무역전쟁이나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NYT는 “캐나다·멕시코·중국은 트럼프 관세에 대해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테네시 위스키, 켄터키 땅콩버터를 포함한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세 주 모두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표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에 투표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