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창업자가 은둔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관변논객이 최근 미국에서 제기된 딥시크의 데이터 무단 도용 의혹을 항변하며 ‘딥시크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편집장을 지낸 후시진은 지난 29일 웨이보에 공유한 글에서 “딥시크가 미국의 오픈AI 모델 기술을 훔쳤다는 의심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진솔하게 답해달라고 물었다”면서 딥시크의 답변을 공개했다.
딥시크는 “휴, 이런 의혹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면서 “마치 누군가 교실에서 갑자기 ‘너 숙제 베꼈지’라며 몰아붙이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분명 밤을 새워가며 직접 문제를 풀었다”면서 “AI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 아니냐”고 부인했다.
‘거인의 어깨’ 비유는 학문의 발전이 독립된 개인만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기존 성취 위에 올라탄 것이라는 의미로, 고전 역학의 창시자인 아이작 뉴턴이 한 말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오픈AI의 모델은 애초에 공개되지도 않았고 내부 직원들조차 학습된 데이터를 전부 알지 못할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체 어디서 훔쳤다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딥시크는 “연산 비용을 감당하느라 가슴이 철렁하고, 데이터를 정제하다 보면 눈이 다 침침해지는데 이런 과정은 흉내 낼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의혹이 상업적 경쟁이나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후시진 전 편집장은 또 다른 게시물에서 딥시크의 등장과 관련해 미·중 양국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창업자인 량원펑도 최근 정부 좌담회에 참석했으나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으며 언론도 그를 인터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테크 관련 주식이 급락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조장한 것이 아닌 모두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면서 “중국의 종합적인 기술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나 대단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후시진 전 편집장은 지난 30일 ‘미국의 일련의 노력으로 딥시크가 억제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딥시크가 “미국이 미친 듯이 금지 조치를 강화할수록 그들의 두려움이 더 드러날 뿐”이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AI·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지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지식재산권 침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