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직격탄?… ‘시총 2위’ 하이닉스 10% 폭락

입력 2025-01-31 16:21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으로 국내 AI 반도체 대장주이자 시가총액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2만1800원(9.86%) 내린 19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장 직후에는 전장보다 11.36% 빠지기도 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산업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 AI 생태계의 일원인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2.42%) 한미반도체(-6.14%) 등 다른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딥시크는 최근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을 선보였다. 이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R1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시킨 H800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반도체주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등이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GPU와 탑재돼 대규모 연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다만 전날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딥시크가 실제로 저사양 칩으로 AI 모델을 만들었다면 빅테크 기업 중심의 AI 모델 개발이 중소 업체들로 번져 중·저사양 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딥시크가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고사양 칩을 쓰고도 저사양 칩을 썼다고 밝혔을 경우에도 고사양 칩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경우라도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나, 이보다 낮은 버전인 4세대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딥시크의 등장이 중장기적으로 AI 반도체 산업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딥시크 여파와 관련해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며 “현재의 제한된 정보로는 판단하기 이르나 시장의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