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의 좌편향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탄핵 심판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 법률에 위배되는 지와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한 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과 국민의힘 측에서 문 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분을 주장하거나 문 대행의 과거 SNS, 블로그 글을 두고 편향성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헌재가 공식적으로 반박 입장을 낸 것이다. 문 대행뿐 아니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가족의 이력을 두고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의) 블로그 글이 문제가 되는 거 같은데 특정 부분만 발췌한 기사를 보기보단 블로그에 원문 있으니 전체 읽어보시고 맥락 따라 판단하시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또 “SNS 댓글로 이뤄진 대화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는 거 같은데 그게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심판과 어떤 연관성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와 문 대행은 페이스북 친구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0여년 전 댓글 대화 내용까지 기억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게시글·댓글 관련 내용은 문 대행 본인의 입장을 대신 전한 것이라고 천 공보관은 부연했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뿐 아니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도 탄핵심판 심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헌법재판소법상 피청구인이 본안에서 변론에서 본안에 관해 진술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없다”며 재판관 스스로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재판에서 빠지는 회피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피·회피 사유인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과 관련해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라며 “(이번 논란도) 거기에 비춰서 봐달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정 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 재판관에 대해선 동생인 이상희 변호사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위’ 부위원장인 점을 들어 회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그런 재판관들이 탄핵심판을 했을 경우에 과연 공정성을 담보하고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이분들께서 스스로 회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피청구인 측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을, 청구인 측에서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추가로 채택했다. 백 차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점검에 합류한 보안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 달 11일과 13일에 진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