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인근 공항에서 29일(현지시간) 여객기-헬기 충돌로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이번 사고로 나란히 목숨을 잃은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2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사고기에는 캔자스주 훈련 캠프에서 돌아오던 선수와 코치, 가족 등 약 20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계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13)과 그의 어머니 진 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나 한은 노비스(만 14세 미만)에서 경쟁하던 유망주로 2020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소속으로 훈련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지역 대표 선발전 격으로 열린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22명 중 4위를 기록했다. 크랜베리컵 인터내셔널에서는 5위에 올랐다.
지나 한은 2022년 보스턴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피겨 꿈나무’로서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는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제그히베는 “지나 한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멋진 아이이자 훌륭한 선수였다”고 애도했다.
희생자 명단에는 한국계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스펜서 레인(16)과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 레인도 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인들은 스펜서 레인이 재능과 투지를 모두 갖춘 선수였다고 회고했다. 레인은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그가 스케이트를 시작한 나이는 13세였다. 이는 다른 정상급 선수들보다 10년 정도 늦은 출발이었지만 성장세가 빨라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국 입양아인 스펜서 레인은 로드아일랜드주 배링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스케이트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일인 29일 그의 틱톡 계정에는 그가 ‘트리플 토 루프’를 연기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는 31일 현재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아버지 더글러스 레인은 로드아일랜드주 지역방송인 WPRI과의 인터뷰에서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그(스펜서)는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어른들은 물론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경쟁하는 동료들에게도 모두 사랑받았다”고 추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