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 이착륙 때 사고를 유발하는 이물질이 최근 5년간 1만건 넘게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물질 자동 탐지 시스템이 도입된 공항은 인천국제공항 한 곳에 불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국내 공항별 활주로 이물질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활주로 이물질은 총 1만167건으로 집계됐다.
김포공항이 4865건으로 가장 많았고, 포항경주공항 1591건, 제주공항 824건, 원주공항 735건, 김해공항 642건 순으로 많았다.
항공기 부품이나 차량·장비 부품, 등화 부품, 포장골재, 종이비닐 등 활주로에 떨어지는 이물질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체에 손상을 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7월 25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추락 사고도 활주로 이물질이 사고 원인이 됐다. 당시 항공기는 이륙 도중 활주로에 떨어진 약 40㎝ 금속 부품을 밟아 타이어와 연료탱크가 파열됐고, 엔진 화재가 일어나 공항 근처에 추락해 승무원과 승객 109명이 모두 사망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3월 5일 아시아나 화물기 HL7616편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좌측 안쪽 날개에 이물질로 인한 손상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됐다. 2022년 3월 10일 아시아나 여객기 HL8279편은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공항 도착한 후 이물질로 인한 안테나 손상이 발견됐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12월 30일 다낭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항공기의 전 후방 타이어가 모두 손상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활주로 이물질 사고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아시아나항공 40건, 대한항공 28건, 제주항공 4건, 진에어 2건 등 총 74건으로 집계됐다.
활주로 이물질은 크기가 작아 육안으로는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미국 시카고공항과 보스턴공항,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캐나다 벤쿠버공항, 일본 하네다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은 활주로 이물질 탐지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이 고정형 하이브리드 탐지시스템 8대, 이동형 하이브리드 탐지시스템 1대 등으로 구성된 활주로 이물질 탐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인천공항의 활주로 이물질 발생 건수는 최근 5년간 119건으로 국내 공항 중 청주공항, 광주공항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박 의원은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해외 공항에서 항공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활용하는 신기술과 장비를 파악해 국내 공항에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