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사도 소재사도 긴축 경영…투자 미루고 몸집 슬림화

입력 2025-02-02 10:00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후방 산업인 배터리 업계와 배터리 소재 업계가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추진한 전구체 합작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지분 취득일을 지난달 31일에서 내년 1월 31일로 1년 연기했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중간 원료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의 광물을 가공해 생산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시장 환경 및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합작사와 세부 사항 협의 중”이라며 “자본금 납입완료 시점을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경북 구미 소재 양극재 공장 매각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대표적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지난해 경북 포항시에 4732억원을 투자해 증설 중인 양극재 생산 공장(CAM9)의 준공을 내년 말로 연기했다.

배터리 업계도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20~30% 축소해 집행할 계획을 내놨다. 약 3조원 규모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당분간 투자를 최소화하고 기존 캐파를 효율화할 것”이라며 “(2026년 수요 회복에 대비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거점별 사업에 따라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줄이거나 시기를 조절하는 식으로 투자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되자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4만7000대로 전년보다 9.7% 감소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 중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5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4% 감소했다. 삼성SDI도 연간 영업이익이 3633억원으로 76.5% 줄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K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7676억원에 이른다.

배터리 소재 업계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상반기 106억원 규모의 흑자를 거뒀으나 3분기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엘앤에프는 연간 5012억원의 적자를 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 줄었다.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유럽연합(EU)이 올해 시행되는 자동차 탄소 배출량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 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