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사고 원인 지목된 ‘보조배터리’…반입 규정 강화되나

입력 2025-01-30 18:36 수정 2025-01-30 22:11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화재 주요 원인으로 승객이 기내에 반입한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다. 국내외 유사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15분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ABL391편 화재는 기내에서 발화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을 감식한 이들은 날개와 엔진에서는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29일 조사관 등 7명을 현장에 급파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력한 발화 요인으로 탑승객이 휴대한 기내 수하물이 꼽힌다. 승객 등의 증언으로 기내 수하물 보관함(오버헤드빈)이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 승객이 찍은 사진엔 보관함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나오는 장면이 잡혔다. 발화 물품이 어떤 수하물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가 원인이 됐을 것이란 추정이 많다.

그 중 국내외 사례를 감안할 때 보조배터리가 원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이었다. 같은 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스쿠트항공과 2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로얄 에어 필리핀 항공기 화재 원인도 보조배터리였다.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보조배터리 위탁수하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중 대용량이라 할 수 있는 160Wh 이상 보조배터리만 예외적으로 위험물 규정에 맞춰 ‘화물’로 운송된다.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장비(노트북 등)의 경우 위탁수하물은 물론 기내 반입도 허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보조배터리가 위탁수하물로 보내기엔 화재 우려가 크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리튬배터리가 보조배터리 외에도 노트북·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여 전면 제한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신 승객들이 보조배터리 관리를 통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기관이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ATA는 보조배터리 휴대 시 전기가 흘러 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단락’을 막기 위해 파우치에 넣는 등 절연을 권고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보조배터리가 짐에 눌려서 변형이 되는 등 이상 조건이면 충분히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오버헤드빈에 넣지 않고 들고 있거나 좌석 앞쪽 그물망에 넣도록 경각심을 주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