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에서 국가원수로…시리아 임시대통령에 ‘반군수장’ 알샤라

입력 2025-01-30 17:55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된 아메드 알샤라. AFP연합뉴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13년여간 이어진 내전을 종식한 시리아 반군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됐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군사작전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도자 아메드 알샤라가 과도기적 단계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직을 맡았음을 알린다”며 “그는 시리아 아랍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국제 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이날 ‘시리아 혁명 승리 선언을 위한 회의’를 열고 알샤라의 대통령 추대를 결정했다.

이슬람 수니파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인 알샤라는 지난달 8일 반군 연합이 독재자 아사드를 몰아내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이후 세워진 과도정부에서 실권을 잡았다.

1982년 시리아 골란고원에서 태어난 알샤라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알카에다에 합류했다가 미군에 체포돼 5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석방돼 2012년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자 HTS의 전신인 알누스라 전선 사령관으로 취임했으며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을 선언하고 이듬해 알누스라 전선의 이름을 HTS로 변경했다. 이후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실용·온건 노선으로 전환했다.

알샤라는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가명과 군복 대신 본명과 양복 차림으로 국제 무대에 섰다. 그는 모든 종교와 민족을 포용하는 통치를 약속하며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연계를 부인하는 등 서방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붕괴된 시리아 경제를 재건하려면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와 테러 단체 지정 철회가 필수적이다. 일각에선 알샤라와 HTS가 과거의 극단주의적 태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시리아 과도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미국은 최근 알샤라에게 걸었던 1000만 달러(약 144억원)의 현상금을 해제했다. 또한 시리아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7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EU의 시리아 제재 완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이날 시리아 군사작전사령부는 알샤라의 대통령 지명과 함께 2012년 개정된 헌법을 폐기하고 시리아 인민평의회(의회)를 해산하는 등 일련의 조치도 발표했다.

압델 가니 군사작전사령부 대변인은 “알샤라가 임시 입법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해당 위원회가 새 헌법이 반포될 때까지 의회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임시 내각은 오는 3월 1일까지 과도정부를 운영하며 이후 새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