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건설업체 늘고, 경매 매물은 쌓이고… 올해도 어두운 건설·부동산

입력 2025-01-30 17:24

지난해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신규 매물은 15년 만에 가장 많았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건설·부동산 경기침체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종합건설기업 폐업 신고는 641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보다 10.3%(60건) 늘었고, 조사가 시작한 2005년(629건)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다.

폐업 신고는 최근 3년 연속 늘고 있다. 2021~2024년 기간에 305건→362건→581건→641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최저치인 2018년(224건)과 비교해도 약 3배에 육박한다.

반면 신규 등록하는 종합건설기업은 줄고 있다. 지난해(10월 기준) 1만9242곳으로 직전년 말(1만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부문별로 건축업(1만493곳)이 전년 말보다 225곳(-2.1%) 감소했다. 토건(3천44)은 38곳(-1.2%), 토목(5천222곳)은 21곳(-0.4%)이 줄었다.

폐업이 늘고, 신규 등록은 줄어드는 것은 전형적인 건설경기 침체 상황을 보여준다. 실제 건설투자와 건설업 취업자 수는 줄고 있다.

건설 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11월 13조9000억원으로 2023년 동기보다 10.7% 줄었다. 특히 지난해 6~11월 기간에 5개월 연속 건설기성액이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0.3으로 직전년 동기보다 3.9% 상승해 공사비 등 건설 물가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건설업 취업자도 209만명으로 직전 연도 대비 4.4% 감소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 관계자는 “폐업 업체 수는 늘어나고 등록업체 수는 위축되는 가운데 건설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전형적인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경매 시장도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물건 수는 12만건에 육박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경매 신청 물건 수는 총 11만9312건으로 전년(10만1145건) 대비 18%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매물건이 급증한 2009년(12만4252건)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고,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3년 11만9166건도 넘어섰다.

2022년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경기침체가 잇따르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늘어났다.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2022년 7만7459건, 2023년 10만1145건, 지난해 11만9166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탄핵정국에 따른 소비침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고금리 전망 등으로 한동안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