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계가 저변을 넓히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지만, 중국 조선업체들이 빠르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국내 업계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해군 MRO(함정 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군 함정 MRO 사업은 해군이 운용하는 군함 등이 언제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관련 장비의 유지보수, 수리 및 정비, 성능 개량 등을 진행한다. 특히 함정의 수명 연장과 작전 수행 능력 유지를 목표로 한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의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에는 미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조선소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한 한화오션은 MRO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조선소가 이를 해결할 적합한 시설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최대 3척의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우만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2025년 신년 간담회에서 “MRO 사업은 2025년 초반 제한 경쟁으로 2개의 프로젝트를 발주했는데 당시 울산에 독(건조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입찰에 불참했다”면서 “다음 프로젝트는 2월에 입찰을 예상하며 올해는 2~3척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으며 미 함정 MRO 사업 참여 진출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과 달리 특수선 사업부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 건조 체제에 돌입해 실적 개선도 이어질 전망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FLNG를 이용해 해저 가스전을 개발하면 평균 2조원에 달하는 육상 액화·조정설비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중국 조선소 제재 또한 삼성중공업에는 호재다. 미국에서 진행될 FLNG 프로젝트에서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사 ‘저우산 위선 오프쇼어’(Zhoushan Wison Offshore)가 지난 10일 미국의 러시아 제재 과정에서 LNG 모듈 납품 경력으로 인해 제재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사실상 새로 건조하는 FLNG는 삼성중공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