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소속 소형 여객기와 육군 블랙호크 헬기는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의 경계인 포토맥강 상공에서 충돌한 뒤 그대로 강에 추락했다. 승무원 4명을 포함해 모두 64명이 탑승한 여객기와 3명을 태운 헬기에서 사고 발생 4시간 뒤인 30일 오전 1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까지 생존자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최소 18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뮤리엘 보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새벽 “사고 여객기와 헬기는 모두 (포토맥강) 물속에 있다”며 “지금은 인명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직원이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DC 소방대원들과 군‧경,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중수색팀은 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존 도넬리 워싱턴DC 소방청장은 기자회견에서 “29일 오후 8시48분쯤 첫 경보가 울렸고, 오후 8시58분쯤 첫 번째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며 “수색 및 구조 작업은 어두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물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잠수에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작업에 수일을 소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기상청은 “추락 지점인 포토맥강의 수온이 화씨 35도(섭씨 1.6도) 수준으로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시민을 포함한 민간인이라면 생존자 수색이나 구조를 위해 강으로 뛰어들지 말라는 얘기다. 국립기상청은 “화씨 35도 수온에서 15~30분 안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항공 추적 자료를 인용해 “여객기와 사고 헬기가 29일 오후 8시47분 버지니아주 로널드레이건공항 인근 포토맥강 상공에서 충돌한 뒤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워싱턴DC 경찰은 충돌 시간을 오후 8시53분으로 추정했다.
사고기는 캔자스주 위치토시에서 워싱턴DC로 향하던 PSA항공 국내선 5342편 소형 여객기다.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을 태운 이 여객기는 착륙을 위해 공항으로 진입하는 포토맥강 상공에서 미 육군 소속 시코르스키 H-60(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충돌한 뒤 추락했다. 군용 헬기 탑승자는 3명으로 파악됐다.
미국 CBS방송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29일 오후 11시30분까지 최소 18구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의 복합문화시설인 ‘존 F 케네디 센터’ CCTV에는 자동차들이 주행하는 다리 너머 먼 곳의 상공에서 강한 섬광을 낸 뒤 불꽃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사고기의 잔해가 포착됐다. 이 영상을 통해 사고 발생 순간 주변에서 시민들의 활동이 많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잔해가 강으로 떨어지면서 주변 3개 주의 민가나 상업지구로 인명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사고기의 추락 지점 밖에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레이건공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그들의 영혼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길 바란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으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