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해 관계 당국이 30일 합동 조사 방향을 논의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이날 오전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과 함께 사전 회의를 열고 화재 현장의 안전성 확보 여부를 검토했다.
회의에서는 항공기 양쪽 날개에 남아 있는 항공유(약 3만5000파운드)로 인한 위험 요소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됐다. 관계 기관들은 오전 11시 30분쯤 화재 현장을 방문해 감식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특히, 연료를 제거한 후 감식을 진행할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화재로 인해 조종석 상부가 소실되면서 항공기 연료 펌프 작동이 어려워 연료 제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항철위는 전날 화재가 발생한 항공기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했으며, 이를 분석해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이 김해공항을 방문해 조사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는 항공기 제작·설계국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른 조치다.
현재까지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내 보관된 휴대용 배터리나 전자 기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기내 선반(오버헤드 빈)에서 연기가 나거나 불꽃이 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발화 가능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다만, 승객이 반입한 전자 기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들은 기내 반입이 허용된 물품일 경우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내 휴대 물품 관리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내에 허용된 전자 기기라도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며, 선반 보관은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15분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탑승객 173명과 승무원 3명 등 총 176명이 긴급 탈출했으며, 일부 승객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국토부와 관계 기관은 기체 결함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