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해외여행요? 우리는 기도하러 갑니다”

입력 2025-01-30 14:21 수정 2025-01-30 19:47
성도들이 30일 경기도 남양주 천보산민족기도원에서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연휴를 맞은 성도들이 기도의 자리에서 자신과 공동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 남양주 천보산민족기도원(원장 우정재 권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입장하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오전 집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성도들이 모여 손을 들고 기도하거나 조용히 묵상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기도에 임했다. 곳곳에서 작은 흐느낌이 들리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눈물을 흘렸다.

1994년 설립된 이곳은 30년 넘게 서울 근교의 대표적 기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 원장은 “우리 기도원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라며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방문자가 80% 회복됐다”고 말했다. 하루 세 차례 집회가 매일 이어지는 가운데 평균 500명이 기도원을 찾고 있다고. 국민일보가 방문한 이날 오전 집회에도 200여명이 예배당에 모였다. 기도원은 최근 참석자의 고령화 문제를 고려해 청소년과 30·40세대를 위한 집회를 마련했다. 우 원장은 “기도의 영성이 나이든 성도들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이곳에서 기도하는 어르신들도 다음 세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휴 동안 기도원을 찾은 성도들의 이유도 다양했다. 27일부터 기도원에 머물고 있다는 이미나(가명)씨는 “예전엔 명절마다 친정에 갔지만 지금은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 기도를 택했다”고 말했다. 박태연(가명)씨는 “기도원에서는 하나님과 독대하며 나와 공동체, 나라와 민족을위해 충분한 기도를 할 수 있어 좋다”며 “기도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에 오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다”며 “그게 기도원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도들이 30일 경기도 남양주 천보산민족기도원에서 기도하고 있다.

20년째 기도원을 찾고 있다는 박진주 명성교회 권사는 “새해 목표가 많지만 무엇보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가 우선”이라며 “친척을 방문한 뒤 곧바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의 복이 아니라 구약 성경 속 요셉처럼 고난 속에서도 형통할 수 있는 믿음을 구하고 있다”며 “먼저 내가 성령의 은혜를 경험하고 이를 주변에 흘려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며 “명절이 기도의 시간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전국 기도원에서도 기도의 불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은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구정축복대성회를 연다. 이곳에서는 성묘객을위한 설날 추모예배도 진행한다. 경기도 가평 강남금식기도원에서는 신년 축복금식성회가 31일까지 이어진다. 전남 나주 성좌산기도원은 27~30일 설명절 특별성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 임원들이 강사로 나섰다.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도 같은 기간 청년대학 연합 동계성회와 설날 축복 대성회를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요나3일영성원에서도 기도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장덕봉 요나3일영성원 원목은 “연휴에는 오히려 방문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 단위 방문이 많다”고 전했다.

전남 나주 성좌산기도원을 찾은 성도들이 29일 설명절 특별성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예장백석 제공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는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1980년대와 비교하면 신앙의 간절함이 줄었고 적지 않은 기도원들도 함께 문을 닫았다”며 “기도 문화 회복을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에서 찬양을 강조하는 만큼이나 기도에 대해서도 동일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기도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신앙을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주=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