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지명자 “한국 등 동맹이 우리를 이용…미국에서 생산해야” 압박

입력 2025-01-30 09:36 수정 2025-01-30 09:42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가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한국 등 동맹이 미국을 이용해왔다면서 해외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동맹 압박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지명자는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훌륭한 동맹들은 우리의 선의를 이용해왔다.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그들은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러트닉은 “이제는 그들이 우리와 협력해 그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며 “우리 동맹들이 미국 내 제조업 생산성을 늘리도록 그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민주당 소속 태미 더크워스 의원이 동맹과 미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합작 투자 방안에 대해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러트닉은 또 특정 제품이나 국가를 겨냥한 관세가 아닌 보편관세를 선호한다고 밝히며 “관세가 기업들이 돌아와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에 대한 관세가 가장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적들에 대한 관세가 가장 높아야 하지만 미국인들이 유럽에 미국산 자동차를 팔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잘못됐으며 교정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 동맹이지만 우리를 이용하고 있고, 우리를 존중하지 않기에 그것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러트닉의 이번 발언은 보편관세를 지렛대로 제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8년 1월 LG, 삼성 등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긴급 수입 제한 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을 보호하려는 조치였다. LG와 삼성도 각각 미국 테네시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됐다.

러트닉은 이날 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막바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지만, 러트닉의 발언을 고려하면 보조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해당 법안에 대해 ‘낭비’라고 비판해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