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4.25~4.5%로 동결했다. 트럼프의 공개적 인하 압박 요구에도 굴하지 않은 것이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 연속 인하된 미국의 기준금리는 새해 들어 멈추게 됐다. 이는 시장 관측과 대체로 일치한 결정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고율 관세 부과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새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관망해야 한다는 의견이 뚜렷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관세와 이민, 재정 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려면 구체적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준의 결정에 대해 “새로운 ‘기다려보기(Wait-and-See)’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앞서 연준이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5%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을 때는 경제 전망 예측을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4%로 제시하며 올 한 해 금리를 네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들어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9%로 제시하고 금리 인하 횟수를 두 차례로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연준의 이날 성명도 “목표치인 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난달 성명과 다소 달라졌다.
이날 연준의 성명에서 고용에 대한 언급의 경우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으며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로 지난달 회의(“노동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와 유사했다. 연준은 아울러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 포인트로 유지됐다.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열린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높은 원·달러 환율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은도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가 크게 위축돼 기준금리가 한 차례 정도 인하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후 연속해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