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김정은은 핵보유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북한 비핵화 목표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북한 핵 개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묻는 국민일보 서면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complete)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였다”며 “그(트럼프)는 강인함과 외교를 조합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사상 첫 (북미) 정상급에서의 공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에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이 NSC 대변인 공식 입장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만큼,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일단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취재진과의 질의에서 김 위원장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23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을 “똑똑한 남자(smart guy)”로 부르며 다시 연락을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북핵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를 거론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집권 2기에서는 미국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대신,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는 이른바 ‘스몰 딜’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한국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소추 등으로 정치적 혼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경우 ‘한국 패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백악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할 목표로 명확히 밝히면서 당분간은 북미 사이의 급격한 대화 진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핵무기 연구소를 방문해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내세우고, 북한이 ‘핵방패’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은 북핵 기술을 고도화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밀착해 당장 북미 대화가 시급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트럼프가 김 위원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수차례 강조해왔고, 백악관 역시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언급한 만큼, 두 정상 간의 대화는 재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