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리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이커머스와 맛집 검색 플랫폼이 가짜 리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광고성 리뷰 조작이 성행하며, 이들의 작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29일 입장한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14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여 ‘리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특정 오픈마켓 제품에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한 대가로 제품값과 함께 건당 500원에서 2000원까지의 수고비를 계좌로 받았다. 일부는 배송받은 물건을 당근이나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법도 다양하다. 일부는 배송 제품이 아닌 빈 박스를 받는 이른바 ‘빈 박스’ 방식을 활용한다. 참여자가 주문 후 결제를 하면 판매자는 빈 박스를 발송해 실제 배송 기록을 남긴다. 작업 참가자들은 물건을 써보지도 않고 제공된 원고, 사진, 동영상을 토대로 제품의 장점을 부각한 구체적인 후기를 작성한다. 한 쿠팡 판매자는 “업체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규모로 리뷰 작업을 진행한다”며 “AI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ㅂㅂㅅ’ 또는 ‘빈XX’ 등의 은어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리뷰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처럼,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리뷰를 돋보이게 하려는 조작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 회원들은 체험단에 선정되기 위해 리뷰 추천 버튼인 ‘도움이 돼요’를 10~50개씩 교환하며 자신의 리뷰를 인위적으로 부각시킨다. 실제로 이날 ‘쿠팡 체험단 품앗이’라는 이름의 오픈채팅방에는 1200명이 넘는 참여자가 있었다.
쿠팡 체험단은 무상으로 물품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상품 후기를 작성하는 제도로, 정성스러운 리뷰 작성과 다수의 추천 수가 체험단 선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리뷰가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체험단 시스템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팡 유료 회원 송모(53) 씨는 “추천 수가 많은 리뷰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최신순 리뷰를 보는 습관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커머스뿐 아니라 맛집에서도 리뷰 조작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 플레이스의 ‘영수증 리뷰’ 시스템은 진정성 있는 리뷰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지만 오히려 조작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음식점은 영수증 뭉치를 활용해 현장 방문 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며 대가성 리뷰를 유도하거나, 알바생에게 정성스러운 리뷰 작성을 요청하기도 한다. 자영업자 간의 리뷰 품앗이나 금전 거래를 통한 리뷰 작성이 성행한다.
일례로 관리자가 ‘2월 3일 영수증 리뷰 2건, 2월 3일 예약 리뷰 1건’이라는 내용의 영수증을 올리면 알바생들은 소액을 받고 조작된 리뷰를 남긴다.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에서는 영수증 리뷰 작성을 포함한 어뷰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짓 구매 후기를 등록하는 행위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조작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등을 활용한 적발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관련 업체가 많아져 쉽지 않다”며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