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7선 성공… 푸틴보다 긴 36년 장기집권

입력 2025-01-28 10:10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의 한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벨라루스 대통령 공보실이 공개한 사진.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협력하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7%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7연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 벨타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카르펜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선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이 대선 잠정 개표 결과에서 513만6293표를 얻어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득표율은 86.82%로, 모두 3% 이하를 기록한 나머지 후보 4명을 압도했다.

이로써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옛 소련에서 독립해 초대 대통령으로 집권한 뒤 7선에 성공했고, 임기를 2030년까지 36년으로 늘렸다. 유럽에서 최장기간을 집권하고 있다. 앞서 그는 2004년 두 차례 이상 대통령직 수행을 금지했던 헌법을 국민투표로 개정한 바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임기는 2000년 대선에서 처음 승리해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능가한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해 임기를 2030년까지로 연장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보다 늦게 집권했고 2008~2012년에는 헌법상 연임할 수 없어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명목상 대통령으로 세우고 본인은 ‘섭정 총리’로만 실권을 잡았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루카센코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전화해 향후 양국간의 일정을 논의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공동 성명을 내고 “지속적인 억압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벨라루스 정부는 열린 시민사회를 복원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선거 참관단을 만나 “이번 대선에 참관하길 원하는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거부하고 오지도 않았다”고 되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