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트럼프 함성 어디로 갔나… 위민스마치, 정치적 피로·내부갈등으로 쇠퇴

입력 2025-01-30 01:00
반트럼프 시위 '피플스 마치' 참가자가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취임식 때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섰던 반트럼프 시위 ‘위민스마치(Women’s March)’가 8년이 지난 오늘날 그 열기를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지만 위민스마치는 정치적 피로와 내부 갈등으로 그때의 모습을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DC에서는 위민스마치와 같은 대규모 반대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 영국 BBC는 “주최 측은 시위 참여 인원으로 5만명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약 5000명만이 모이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위민스마치는 매력을 잃었다”며 정치적 피로감, 내부 분열, 진보 진영의 방향 상실 등을 쇠퇴의 요인으로 꼽았다.

위민스마치 공동설립자 바네사 루블은 “그런 식으로 분노를 표현할 시간은 지났다”며 올해 행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그런 방식의 진보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정치적 좌파가 “스스로를 잡아먹는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하며 정치적 실망감을 드러냈다.

위민스마치의 상징인 ‘핑크 고양이 모자(Pussyhat)’를 설계한 크리스타 서도 이날 행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을 때의 충격은 강력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당선은 완전히 다른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위민스마치는 올해 행사명을 ‘피플스 마치(The People’s March)’로 변경하며 기존 페미니즘 중심의 사명을 포괄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존 지지층을 하나로 묶기보다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유대주의 논란, 재정 관리 문제, 상표권 분쟁 등 여러 갈등이 발생하며 조직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민스마치의 운영 책임자인 타미카 미들턴은 “현재 진보 활동가들 사이에는 정치적 피로감과 낙담이 팽배하다”며 “정치 자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블은 내부 분열이 진보 진영 전체로 퍼졌다고 평가하며, 보수 언론이 “진보 세력을 서로 싸우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는 완전히 분열됐다”고 단언했다.

폴리티코는 위민스마치를 비롯해 진보 진영 전반에서 피로감이 쌓여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논평가 알렌시아 존슨은 “진보 진영의 좌절은 특권과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내부 혁신을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