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불법 이민자 단속을 남부 국경뿐만 아니라 북부 시카고까지 미 전역으로 확대했다.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 등 다수의 기관이 동원된 대대적 단속 결과 26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체포된 불법 이민자는 1천명에 달한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날 전국적으로 956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554명이 구금됐다고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발표했다. 이날 단속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애틀랜타, 콜로라도, 로스앤젤레스, 텍사스주 오스틴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미국 본토를 넘어 하와이, 푸에르토리코 등에서도 불법 이민자 체포가 실행됐다.
이날 시카고에서 단속 현장을 지켜본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 톰 호먼은 CNN과 인터뷰에서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법 집행 기관이 동원됐다”며 이날 작전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에 초점을 맞춰 표적 단속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벼운 벌금 외에는 전과가 없는데도 체포됐다는 주장이 이민자 가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속기관 일선에는 “실적이 부족하다”는 상부 압박이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ICE 관리들이 행정부로부터 현재 하루 수백명 수준인 체포 실적을 최소 1200~1500명 수준으로 늘리는 지침을 받았다”면서 “지금까지 단속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했다는 것이 이유”라고 보도했다. ICE는 각 현장 사무소에 하루 75명을 체포하라는 ‘할당량’을 내려보냈는데, 이는 현장 요원들에게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무분별한 단속이나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WP는 지적했다.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이민자들은 두려움에 움츠린 채 당국의 눈을 피해 숨고 있다. 일부 이민자들은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거나 일터에 나가지 않고 있다. 이민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합리한 체포·수색 금지를 규정한 미 수정헌법 1조와 4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