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의 인근 아랍국 이주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환영한 반편 하마스는 물론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국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CNN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을 더 많이 받아들이라고 요청했으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묵은 가자지구 갈등 해법으로 주민 이주를 거론한 것이다. 이것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자는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에선 바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26일 성명에서 “지난 76년간 가자지구 인구 대부분이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려는 뜻을 품고 혹독한 환경에서 지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새롭고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터전을 찾도록 돕자는 것은 훌륭한 견해”라며 "신속하게 이것(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시행에 옮기는 운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총리, 내각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우리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 어떤 계획도 강력히 거부하고 규탄한다”면서 “팔레스타인인은 자신의 땅과 성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로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온 기존 미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중동 정세는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아랍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대해 ‘인종 청소’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모든 것을 ‘깨끗이 청소’(clean out)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인종 청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아랍연맹은 AFP통신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향에서 뿌리 뽑으려는 시도”라면서 “강제 이주와 퇴거는 인종 청소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도 “망상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주변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를 도울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가자 주민의 이주 지역으로 지목된 요르단, 이집트 등 인접국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를 거부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고 불변”이라며 “요르단은 요르단인을 위한 것이고,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