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창일교회에서 한 명의 다움이(자립준비청년)3을 섬기고 있는 송경옥 권사입니다. 다움이3과 멘토 결연을 한 지 일 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다움이3은 21살이며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은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좀 쉬고 싶다는 본인의 의견에 따라 교회 카페에서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를 정리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다움이를 만난 날이 생각납니다. 훤칠한 키에 아이돌 같은 호감형의 외모, 첫인상이 얼마나 예쁘던지…. 첫 만남이 참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빨리빨리 다가가고 싶었고 격의 없이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나름 세 명의 아이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 엄마의 마음을 동원해 다가가 보려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멘토 교육에서 멘토는 엄마도 가족도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는 다움이의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 번의 만남으로 다움이를 많이 아는 것처럼 대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움이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다가와 주지 않았고 내 계획대로 따라와 주지도 않았습니다.
좀 가까워졌나 싶어 한 걸음 다가가면 어느새 뒷걸음질 쳐 저 멀리 서 있는 모습이 발견됐고 소통의 문제로 마음을 닫고 연락을 두절시키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작은 일 하나도 고쳐지지 않을 때는 다움이에 대한 서운함도 생겼고 멘토인 저희 부족함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멘토링 세미나나 멘토님들의 간증에서 ‘서두르지 마라,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마라, 엄마가 되려고도 하지 마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결과를 얻게 하라’는 조언을 듣고 저희 잘못된 방식을 회개하며 오직 말씀만이 믿음만이 다움이를 세울 수 있는 해답임을 고백하고 기도의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난해 추석에 다움이 두 명을 저희 가정에 초대해 함께 식사했습니다. 즐거운 대화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다움이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다운 밥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짠하게 들렸는지 모릅니다.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엄마의 밥상이 다움이에게는 아니었나 봅니다.
사람다운 밥이란 표현이 단지 다양한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화의 내용, 시간을 다투지 않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던 식사시간. 웃음이 양념이 되는 평화로운 순간들로 맛을 낸 그 식사시간이 다움이에게 사람다운 식사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지 못한 마음을 표현하는 듯해서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다움이가 나에 대해 조금 알고 멘토와 멘티임을 인정하는 정도, 저 또한 다움이를 아주 조금 아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서두르지 말자, 무엇을 하려고도 하지 말자, 그저 뒤에서 지켜만 보자’ 입니다. ‘다움이가 뒤돌아봤을 때 눈에 띄는 자리에 서 있어만 주자’ 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다움이가 하나님을 영접하고 믿음 안에서 답을 찾으며 살아주길 기도합니다. 물론 그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기다림만이 해답임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듯 저 또한 다움이를 포기하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 합니다. 우리가 멘토와 멘티로 힘 낼 수 있도록 많은 기도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