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33) “품어주는 고향이 되기를…”

입력 2025-01-27 10:23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낙도에도 설 명절이 왔습니다. 육지로 나가서 다들 열심히 살던 자녀들이 고향 섬으로 부모님을 만나려고 먼 길을 달려옵니다. 선착장은 마치 과거 서울역 귀성 풍경과 흡사합니다. 오늘은 섬사람들의 명절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고향은 좋은 곳입니다. 어린 시절 꿈을 키우며 뛰놀던 그곳에 여전히 늙으신 부모님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고향입니다. 그러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랑의 보따리를 들고 달려옵니다. 그러나 어떤 집은 그분들만의 사연으로 고향을 수십 년째 발길을 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낙도 섬에도 명절이 찾아 왔고 자녀들은 어릴 적 자란 고향으로 달려옵니다. 그리고 고향은 그들을 환영하며 반겨줍니다.

특히 제가 언제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정동리 성진씨도 그렇습니다. 성진씨는 누님이 두 분 계시고 형님도 한 분 계시는데 세 분 형제는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산소가 있는 고향마을에 동생이 이웃에게 끼친 나쁜 일 등이 원인이 된다 해서 고향 사람들과 사촌 등 친척들이 따뜻한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분들의 고향은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고향이 되어야 하는데 그안에 살피고 감싸주는 마음이 부족한 곳도 고향입니다.

간혹 고향을 찾는 사람들 속에는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교회가 없던 우리 마을에 교회를 개척해서 전도하며 목회하는 우리 부부를 격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참석해 노인분들을 위주로 설교하는 목회자를 향해 설교가 약하다고 평가하고 자신들의 부모님이 성도로 봉사하는 섬 교회를 도시의 대형교회와 비교하며 쓸쓸한 뒷말을 남기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돈을 벌었다고 좋은 외제 차를 타고 골목을 누비면서 어른을 봐도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아 노인들의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어떤 젊은이들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잔뜩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고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향 집 안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친구도 찾지 않는다고 늙은 아버지를 걱정하게도 합니다.

이렇게 섬마을 고향 풍경을 사실 그대로 표현해 봤습니다. 흠을 잡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섬마을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인심도 변하고 예의범절이나 윤리, 도덕도 점점 변해 명절인 데도 기쁘지 않고 어른들이 보이면 달려와 넙죽 인사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명절에도 분명 교회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명절에는 우상숭배가 심해서 많은 이장님들과 어촌계장님들이 이맘때 바다에서 풍어제를 드리고 용왕님과 바다 할매를 섬깁니다. 어부들은 또 그 비용을 아낌없이 지출합니다. 명절을 틈타 사탄 마귀는 우는 사자같이 어부들의 영혼을 실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목회자는 교회 성도님들과 힘을 합해 전도의 기회로 삼아 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가르치고 격려하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려고 고향가는 배에는 기대와 따뜻함을 가득 싣고 옵니다.

무조건 돈 잘 벌고 좋은 자동차 타고 오면 성공했다고 칭찬해주는 시골 어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실패한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격려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뿌리 깊은 세속적 허영심에 휩쓸리지 말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그저 어부로만 살아오신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섬 목회는 갈수록 어려운 숙제로 쌓여가기만 합니다.

전쟁같이 경쟁하며 살아가는 도시 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인정이 철철 넘치는 고향 섬을 찾아와 마음에 위로와 힘을 얻으려는 기대를 안고 찾아온 가족들에게 교회가 고향의 역할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혼자 몸부림치는 낙도 목회자의 마음을 혹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이 그 해답을 아신다면 나누기를 소망합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