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신교인 1% 이하’ ‘문맹률 90% 이상’ 국가였던 아프리카 말리에 한국인 선교사 최초로 발을 들였다. 열악한 환경 속 주민들이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 30여년간 복음전파에 힘쓰고 있는 안창호(67) 김희심(66) 선교사를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처음 말리에 발을 디뎌 교회를 시작하려던 안 선교사 부부의 눈에 띈 것은 학교에 가지 않고 생업전선을 지키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안 선교사는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그만 쟁반을 들고 다니며 장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우리나라도 과거 외국인 선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듯,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섬길 차례라고 느꼈고 그 길로 교회와 함께 유치원을 개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리에서 이슬람은 종교보다는 문화에 가깝기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1998년 광명기독교학교라는 명칭으로 학교 문을 열었고 현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운영 중이다”라며 “교사 역시 모두 아프리카 출신 크리스천이다. 학비가 싸고 관할 교육청 소속 학교 중 아이들의 성적이 가장 좋아 기독교 학교임에도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안 선교사 부부는 수도인 바마코에 위치한 본교 외에도 지방 세 곳에서 학교를 여는 등 문맹률을 줄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안 선교사는 “지방 분교의 경우, 마을 추장을 만나 허락을 받은 후 학비를 받지 않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일엔 꼭 예배를 드려 복음도 함께 접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기독교학교 출신 학생이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고 다시금 자녀를 학교로 보낸 사례도 있다. 안 선교사는 “특이하게도 지역 학교 중 우리 학교만 유일하게 졸업생 모임이 있는 등 학생들의 애교심이 강하다”며 “졸업 후 무슬림으로 남아있는 친구들도 성탄절 부활절 등 절기예배는 꼭 드리러 찾아오고 자신의 자녀를 다시 우리 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학교 졸업생 중엔 의사가 돼 해외로 나가거나 현지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다. 김 선교사는 “2017년 부활절에 완공한 말리 벧엘병원은 의대를 졸업한 현지 기독교인에게 원장을 맡겼는데, 이곳엔 학교 졸업생들도 여럿 일하고 있다”며 “병원은 개원하면서부터 흑자였는데 병원이 교회에 운영비를 자발적으로 지원하며 교회도 자연스레 자립이 됐다”고 말했다.
말리 한국장로교회는 안 선교사 부부가 1998년 세운 교회다. 현재는 성도 수 70여명, 출석 성도 40~50여명으로 완전히 현지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김 선교사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교회 운영위는 최근 분립개척을 위해 시골에 2㏊ 땅을 샀다”며 “복음의 씨앗이 하나둘 퍼져나가며 현지인에 의해 말리 교회가 확장되는 모습이 참 기쁘고, 이슬람 국가이기에 어려움도 많을 텐데 스스로 해나가려는 모습이 보이니 너무나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김 선교사는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가 되고 학교 교장과 교사가 우리 학교 출신 학생으로 세워지는 것을 두고 기도하고 있다”며 “또 은퇴를 4년 앞두고 있는데 후임자를 구하고 싶다. 우리가 보는 눈과 현지인이 보는 눈에는 차이가 있다 보니 시설관리를 맡아주며 하고 싶은 사역을 펼쳐나갈 후임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선교사는 “서부 아프리카 선교는 소외된 ‘사각지대’다”라며 “선교사가 많이 필요하나 경제적, 거리적 측면에서 파송이 버겁다. 하나님의 마음이 서부 아프리카를 어루만지고 있는 상황인데 하나님 시선에 한국 교회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