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의 한국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구속기소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연달아 벌어지며 유례없는 비상시국을 맞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2심 선고도 맞물리면서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은 어느 때보다도 과열되고 있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출렁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높이 치솟았던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들어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는 상황이 됐다. ‘미래 지도자 선호도’에서 대부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여권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공격도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준호 의원은 민주당과 이 대표를 둘러싼 최근 여론의 흐름을 민주당 편에서 가장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인사다. 그는 20대 대선 캠프에서부터 현재까지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선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맡았고, 대선 후 이 대표 1기 체제에선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이 대표와 함께 온갖 질곡을 겪어왔다. 천 의원은 현재 이 대표 2기 체제에선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침체된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보수층 결집’에 따른 것이라 평가하면서도, 보수가 결집한 여론 지형 자체를 민주당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조사 문항을 왜곡해 여론을 조작하는 ‘명태균식 여론조사’엔 단호히 선을 긋고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통해 체포·구속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며 “국민 바람이 커진 만큼 그 기대에 더욱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가짜뉴스’ 탓이라고 봤다. 부정선거론이 만연하면서 계엄이 정당화되고 법 절차가 부정되는 식으로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이런 상황을 겪으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원하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게 ‘민주당 책임론’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천 의원은 “내란 국면이 신속히 종식돼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가장 큰 과제”라며 “이 대표도 그래서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반 이재명 정서’에 대해선 윤석열정부 이후 검찰의 연이은 기소 등 ‘악마화 작업’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에 발목 잡혀 있기보단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대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입증해온 ‘문제 해결형 리더’ 모습은 물론 ‘소통형 리더’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당대표직을 수행하며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찬반 입장을 모두 청취해 숙고한 뒤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국민 삶이 편안해질 수 있게 일을 시킬 수 있는 ‘공복’ 같은 사람”이라며 “이 대표는 공복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분”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향후 정국에서 ‘이 대표 측근’이 아닌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내란 종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 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국민 일상을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 삶이 피폐해질 것”이라며 “내란의 신속한 종식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일문일답.
“‘지지율 정체’ 여조 결과 겸허히 수용…‘명태균식 여조’는 단호히 대처”
-최근 지지율이 침체되고 일부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가.
“수치 분석을 하면 최근 여론조사에 기본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은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상대적으로 진보 지지층은 이완된 상태라 여론조사 응답률이 떨어지고 있다.
다만 ‘보수층 결집’ 자체가 현재의 여론 지형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엔 민주당이 정권으로부터 ‘억압받는다, 탄압받는다, 약자다’란 인식이 있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통해 체포되고 구속되면서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 본다. 민주당이 더 잘해야 한다는 국민 바람이 커진 만큼 민주당이 그에 더 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최근 여론조사를 바라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지도부가 지지율 하락 상황을 어떻게 읽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우리가 더 겸손하고 진지하게 정국에 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국정 운영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책 부분도 새롭게 검토하고 임할 생각이다.”
-당이 ‘여론조사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한 것을 놓고 민주당이 여론조사에 불신을 표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명태균식 여론조사’와 최근 한국갤럽, 리얼미터, NBS 등의 여론조사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 가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최근 한국여론평판연구소는 ‘전국 조사’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실제로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만 조사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50%를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조사들은 ‘밴드웨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여론조사를 왜곡하는 잘못된 활용의 예시다.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지방선거 때 질문 문항을 왜곡해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수사 내용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명씨에게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서도 여러 후보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게 여야를 떠난 일반적 입장이다. 계엄이 선포되며 제도 개선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는데,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 실기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조작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특위를 출범시킨 것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특위를 만든 게 충분히 오해할 만했던 것 같다.
“그런 측면도 있지만, 민주당은 ‘보수 과표집’ 자체를 여론이라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론 흐름의 변화는 항상 높낮이가 있기에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아무 의미가 없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와는 별개로 명태균식 여론조사는 잘못된 여론이 만들어지는 소스가 되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왜곡하기에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명태균식 여론조사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두 가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내란 사태 장기화 원인은 ‘가짜뉴스’…신속한 내란 종식이 민주당 과제”
-보수가 결집하고 비상계엄 사태가 장기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가짜뉴스에 기초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가짜뉴스는 ‘모든 선거는 부정 선거’라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계엄은 정당했다’, ‘사기 탄핵이다’, 나아가 ‘영장 청구와 집행 등 법 절차가 다 불법이다’는 가짜뉴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세력의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다. 또 가짜뉴스를 믿고 따르는 보수 유튜버들이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까지 이를 옹호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부지법 폭동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폭동이 일어났는데도 선을 긋지 못하고 옹호하는 듯 행세한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국회가 사법부 테러 사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본회의를 열고 현안질문 하는 것도 반대했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행태들이 모여지며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가지 못하고 더 악화하고 있다. 그 정점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전광훈 목사 같은 분들이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민주당 대응이나 일부 과격 발언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내란 상황의 빠른 종식이지 않을까. 내란 상황 종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내란 수괴라 할 수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됐을 때, 체포되고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주가는 올랐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사회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누구보다 민감한 자본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법 절차를 잡음 없고 매끄럽게, 신속히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다. 중간중간 그 과정이 지연되고 갈등이 커지는 부분에 대해 국민이 민주당에 책임을 묻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폭등하고 장사가 안되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경제와 민생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가 빠르게 협의해서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하고 뭔가 만들어내길 기대하는데, 희망적인 뉴스가 없으니 그 책임을 민주당에 함께 묻고 계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내란 국면이 신속히 종식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희의 가장 큰 책임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도 그래서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소통형’ 리더 이재명…지금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공복’”
-당내에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공개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당 안에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당연히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의견이 표출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당의 안정적인 운영’이란 측면에서 보면 지도부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의 장점도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로 있는 동안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10번쯤 바뀌며 내부 갈등이 표출됐고, 그게 꼭 좋은 모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체제를 갖고 당면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지인데, 그 부분을 잘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
-이 대표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지만, 동시에 국민 사이 폭넓은 ‘반이재명’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이를 희석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이 있는가.
“우선 객관적인 수치를 놓고 보면 최근 NBS 여론조사에선 주요 장래 지도자 후보 중 비호감 비율이 가장 적은 사람이 이 대표였다. 어떤 숫자만을 갖고 호감·비호감도를 절대화하거나 프레임을 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조사 설계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야당 대표를 오래 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후보였기 때문에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이 대표에 대한 일정한 거부감이 형성될 수 있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격전을 벌이고 0.73%P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기 때문에 그런 정서가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다음 검찰 수사권을 활용해 이 대표에 대한 악마화 작업을 계속 해왔다. 검찰 기소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이 대표가 범죄자인 것처럼 프레임이 씌워졌다. 저희는 그걸 ‘조작 기소’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통해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미지보다는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이 뭔지에 더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계엄으로 인해 우리 일상이 완전히 파괴됐고, 경제가 무너졌고, 대외 신인도도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대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데 힘을 집중하는 게, 그 부분에서 유능함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이 대표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다.”
-이 대표가 ‘흑묘백묘론’을 꺼내며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보수가 극으로 간 상황에서 중도층에 더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
“‘진영의 선점’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진보의 도구이든 보수의 도구이든 간에 갖다 쓰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의 태도와 방식으로 문제를 푸느냐가 아니라 ‘문제를 푸느냐, 풀 수 있느냐’이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동원해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리더십과 지도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는 게 이 대표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대선 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 다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민주당이 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많다. 대응책이 있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선거 상대 후보를 선거법으로 기소한 첫 번째 사례다. 금품을 살포한 것도 아니고, TV에 출연해서 한 발언을 갖고 기소한 것이다. 기소 자체가 굉장히 무리한 기소라고 생각한다.
선거법은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잘못된 방법을 동원해 선거에 승리했을 때 이를 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패배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정치 활동을 못 하게 막은 것이다. 상대를 억압하기 위해 검찰 기소권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재판 절차에도 성실히 임했다. 앞으로도 성실히 재판받으면 2심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서실장,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옆에서 본 이재명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함께 일하면서 본 이 대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혼자 판단해서 결정하지 않고, 특정 사안에 대해 관련된 사람들에게 계속 의견을 물어보고 토론한다.
금융투자소득세 사안에서도 찬반 토론을 통해 의견을 듣고, 당내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계속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금투세에 다른 의견을 냈던 진성준 의원이 계속 목소리 낼 수 있게 격려하고, 이를 통해 반대쪽의 반론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들어 최종 결정을 내렸다.
선거제도를 병립형으로 갈 것인지, 연동형으로 갈 것인지 결정할 때도 이 대표는 병립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동형의 입장에서, 연동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병립형의 입장에서 질문하면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이 대표와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했다’고 느낄 때까지 결정을 유보했다.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질질 끄냐’고 보기도 했지만,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당의 마지막 결정이 어떤 방향이더라도 더 큰 갈등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쟁점과 갈등이 있는 과제일수록 찬반 토론을 계속하는 이 대표의 ‘토론 지향적’, ‘소통형’ 의사결정 스타일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결정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구나 싶었다. 이 대표는 일상적으로도 주변에 질문을 많이 한다. 저도 답을 많이 하는데, 꼭 명확한 답을 주지 않더라도 이 대표가 질문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 대표가 사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대표는 굉장히 공정한 스타일이다. 친분을 떠나서 자신에게 부여된 공적인 과제에 충실하려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인간적 관계를 먼저 맺고 그 안에서 일을 풀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고 공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도 ‘일 중심’ 스타일이고, 이 대표와 인간적 관계를 맺기 위해 먼저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표와 업무 중심으로 대화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 대표에게 권위나 격식 같은 게 있었다면 상당히 불편했을 텐데, 제 이야기를 수용하기도, 자신의 입장을 바꾸기도 하는 경험을 자주 겪으면서 저부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주변인이었던 이 대표에 대한 기득권의 ‘배제 심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기득권·관행과 많이 충돌하고, 이를 바꿔 오는 역할을 했다. 그런 면에서 불편함을 갖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이 대표가 가진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문제 해결 능력’이다. 특히 경제 문제와 관련해 굉장히 폭넓은 식견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국민 삶이 편안할 수 있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 죽 ‘공복’이다. 쉽게 얘기하면 머슴 같은 것이다. 일을 잘 해낼 사람을 찾아 일을 시키는 게 중요한 거고, 정치인은 그런 역할을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근데 그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하며 공복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분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특히 당대표가 된 뒤엔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무지막지한 기소를 당했다. 세계 역사에서 2년 반 정도의 짧은 시기에 6번 기소당하고 5개 재판을 받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이전부터 있었던 관행이 아니라 다 윤석열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이미 국민이 많이 알고 있고, 다 감안해서 보실 것으로 생각한다.”
-‘가결파 숙청’ ‘비명횡사 공천’에서 보인 냉정한 면에 대한 국민 우려도 있는 것 같다.
“당대표 임기 동안 어느 때보다 경선이 많았다. 어느 선거라도 공천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은 다 발생한다. 그리고 공천에서 탈락한 분들은 안 좋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저희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도부는 항상 노력해왔고, 선택은 국민이 해주시는 것이다. 정말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국민이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라는 결과를 주시진 않았을 것이다. 억울한 사람도, 그게 아니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주장은 서로 상충한다. 뭐가 맞냐를 따지긴 어렵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선거에서의 국민 평가를 놓고 볼 수밖에 없다.”
-향후 조기대선 등 정국으로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각오는?
“우리에게 놓인 첫 번째 과제는 내란 상태를 종식하는 것이다. 내란 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국민의 일상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내란 상황의 신속한 종식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