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바이퍼 리헨즈처럼…” 하이프 웨이의 첫 맞대결

입력 2025-01-26 22:14 수정 2025-01-26 23:25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23일 LCK컵 한화생명e스포츠 대 농심 레드포스전이 한화생명의 2대 0 승리로 마무리된 직후 양 팀 선수들이 돌아가며 피스트 범프(주먹 인사) 했다. 그런 와중에 ‘바이퍼’ 박도현과 ‘리헨즈’ 손시우는 포옹으로 주먹 인사를 대신했다. 두 선수는 과거 그리핀과 한화생명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신인 ‘하이프’ 변정현은 이 장면을 감명 깊게 봤다. ‘웨이’ 한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바이퍼 리헨즈 멋있더라. 우리도 경기 끝나면 서로 안아줄 거야?”

한길이 답장을 보냈다. “바이퍼 리헨즈는 멋있지만 우리가 하면 그냥 돼지 둘이잖아.ㅋㅋ”
2025 LCK컵 그룹대항전 중계화면

두 선수는 차세대 ‘바이퍼’ ‘리헨즈’가 될 수 있을까? 변정현과 한길은 2024년 LCK CL 최고의 바텀 듀오로 꼽히다가 지난 연말 갈라졌다. 한길은 KT 롤스터의 1군 서포터로 콜업됐다. 변정현도 OK 저축은행 브리온으로 임대 이적한 뒤 1군 주전 원거리 딜러로 자리 잡았다. 26일 KT와 OK 저축은행이 LCK컵 그룹 대항전에서 붙게 돼 두 선수의 첫 LCK 맞대결이 성사됐다.

게임 안에선 친분을 잊었다. 팀의 승리를 돕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했다. 둘 다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LCK 적응은 즐겁지만 동시에 고되다. 한길은 1세트 3킬 5데스 12어시스트를, 변정현은 1킬 4데스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세트에선 한길이 2킬 6데스 7어시스트, 변정현이 6킬 1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는 KT의 2대 0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난 후 승자팀의 한길이 패자팀 변정현 쪽으로 갔다. 순서대로 주먹 인사를 주고받았다. 적으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사실이 낯설어서였을까, 선배들을 흉내 내기가 민망해서였을까. 두 선수도 포옹 대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주먹을 부딪치기만 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두 선수는 지난해 KT CL 팀 소속으로 LCK CL 스프링·서머 시즌은 물론 아시아 스타 챌린저스 인비테이셔널(ASCI)까지 우승하며 2군 대회를 전부 석권했다. 그 과정에서 바텀 듀오는 물론 ‘캐스팅’ 신민제, ‘함박’ 함유진, ‘지니’ 유백진과도 끈끈한 사이가 됐다. 한길과 변정현의 대결 성사는 이들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화젯거리가 됐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한길은 “어제는 우리 둘보다 신민제와 유백진이 더 들뜬 거 같았다”며 웃었다.

두 선수 모두 험난한 LCK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변정현의 OK 저축은행은 1승3패를 기록 중이다. ‘불’ 송선규와 주전 경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길의 KT는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다음 맞대결에선 서로를 포옹으로 위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빠르면 LCK컵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재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