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 ‘웨이’ 한길의 LCK 첫 시즌은 험난하다. 고작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노련한 선배 선수들한테 자꾸 혼쭐나고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전에서도, T1전에서도 라인전 단계부터 고전했다. 26일 OK 저축은행 브리온전에서도 팀은 이겼으나 그는 게임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챌체폿(LCK CL 최고의 서포터)’ 타이틀을 얻었어도 LCK 무대의 중압감을 견뎌내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OK 저축은행전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한길은 “이겨도 이긴 거 같지가 않다”며 “지난 한화생명전과 T1전에서 내 플레이가 너무 참혹했다. 문제점을 보완하고는 있지만, 오늘도 스스로 많이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뽀삐, 엘리스를 골랐다. 각각 5데스, 6데스씩 기록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어딘가. 적극적이되 움직임이 필요 이상으로 크거나 과하지 않아야 한다. 한길은 “한화생명전을 복기하면서 내가 너무 위축돼 있다고 느꼈다. 박아야 할 것도 안 박더라. T1전은 연습도 잘 돼고 해서 과감하게 해봤다. 그랬더니 필요 이상으로 움직임이 과해져서 더 큰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OK 저축은행전은 T1전보다 더 침착하게 풀어나가고자 했지만, 예상처럼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그는 “T1전을 져서 속상하긴 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심하거나 우울해하지는 않았다”며 “오늘 경기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세트에서 T1전과 비슷한 버릇이 나왔다. 과한 플레이가 나오면서 팀원들까지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길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가 걷고 있는 지금 이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는 “LCK가 힘들지만 재밌다. 경기장에 오는 길마저도 재밌다. 어제도 설레서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점프슛을 연습하던 모 만화의 주인공처럼, 한길에게 LCK컵은 고되지만 즐거운 성장통이다.
다행스럽게도 KT 선수단에는 친절한 길잡이들이 있다. 한길은 “감독님, 코치님, 형들과 얘기를 하면서 느꼈다. 내가 생각보다 아는 게 없더라. 팀원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 “LCK CL에서는 통하던 플레이들 중 LCK에서는 안 통하는 것도 많다. 실수 한 번에 스노우볼이 굴러간다”며 “최근에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경기 후에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형들이나 코치님들도 ‘괜찮다,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비디디’ (곽)보성이 형이 무서운 표정으로나마 ‘길아, 괜찮아. 시간은 많아’라고 응원해 주더라. 내가 ‘형, 표정은 안 괜찮아 보여’라고 하니까 보성이 형도 ‘내가 안 괜찮으면 네가 어쩔 건데’라며 농담으로 내 기분을 풀어주더라.”
한길은 설 연휴 동안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더 단단해지기 위해 연습하려고 한다. 내 기량이 올라온다면 우리 팀도 알아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내가 팬분들의 마음을 100% 알 순 없다. 화가 나실 수도, 답답하실 수도, 저를 응원하실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신다면 반드시 실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