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용태 의원은 최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폭력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 당이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수사 기관의 내란죄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헌재 결정이 있기 전 비상계엄으로 경제나 외교 등에 피해가 있었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 표명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폭력 사태에 참여하지 않은) 강경 우파와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부정선거 등 음모론에 빠지지 않도록 소통을 통해 밝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최연소(35세)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 참여한 건 원외 때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출범한 권영세 비대위 체제에 대해 김 의원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있고 난 뒤 비대위도 그에 맞는 당 쇄신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분야(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에너지환경정책학과)를 전공한 김 의원은 기후변화 과정에서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관련 직종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기후변화와 노동 전환 같은 미래 어젠다 추진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9일 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대통령 지지자가 법원 밖에서 시위하는 정도로 의견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법원에 난입해 공격하는 건 선을 넘은 행위다. 그에 대해 분명히 법에 따른 절차대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 당도 이번 사태처럼 폭력행위를 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극우와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저는 극우라기보다는 ‘강경 우파’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서부지법 난동과 같은 폭력행위를 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저는 당이 강경 우파와도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분들이 얘기하는 선거관리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그저 조롱하고 희화화만 할 것은 아니다. 그분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공당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고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 등을 밝혀줘야 음모론 같은 데에 빠지지 않는다. 물론 저는 부정선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헌재가 만에 하나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이분들이 승복하겠나. 이분들이 전부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가는 일이 벌어지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을 핀셋으로 끄집어내듯 (당과) 분리할 수는 없다. 지금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에 대한 헌재 판단이 진행 중이니 우선 헌재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헌재 결정 전에 대통령께서 유감 표명을 다시 한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인은 계엄이 정당했다고 보시겠지만, 어쨌든 국민께 많은 피해를 끼쳤고 경제나 외교에 대한 대한민국의 신뢰 자산에도 피해가 있었지 않았나. 이것을 복구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미 대통령이 한 차례 사과했지만 이에 대해 한 번 더 진정어린 유감의 말씀을 하시는 게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는데.
“제 주변에 중도적인 2030세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비상계엄 직후에는 모두가 저희를 비판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민주당이 탄핵안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든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는 등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것에 대해 1월 들어 비판이 커지는 것 같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검열’ ‘카톡 검열’ 논란을 보면서 이 대표가 집권하면 우리 사회가 감시사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반감이 녹아있는 것 아닐까. 결론적으로 우리가 잘해서 지지도가 올라간 건 아니기 때문에 당이 더욱더 쇄신하고 반성하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권영세 비대위에서 쇄신과 개혁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제가 지도부에 들어간 게 이준석 전 대표 때(청년최고위원)와 황우여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인데 지금 비대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일단 108명의 의원 생각이 다 다르다.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108명의 중지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다. 발언이나 메시지의 문구 하나로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또 지금은 헌재의 시간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도부가 예단해서 행동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헌재 결정이 있고 난 뒤에는 그에 맞는 쇄신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비대위 내부적으로도 비대위원별로 관심 분야를 정해서 당의 체질 개선을 끌어낼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
“저는 기후변화와 노동 전환 등 미래 어젠다를 맡았다. 요새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종 전환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게 문제다. 마침 정부에서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해 활용하는 CCUS 공정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공정이 석탄화력발전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입한다면 ‘공정한 노동 전환’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관련 법규를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과 노동 전환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다.”
-최근 개혁신당에서 이준석 의원과 허은아 대표 간 갈등이 극심해졌는데.
(김 의원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시절 허 대표와 함께 이 대표의 측근을 지칭하는 ‘천아용인’으로 불렸다.)
“안타깝다. 이 의원은 굉장히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있고 당대표 때 보면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감각도 탁월하다. 그런 장점이 많지만, 이 의원도 이제 그냥 정치인이 아니라 지도자급 정치인인 만큼 사람 귀한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의원과 허 대표 양측 다 잘잘못이 있겠지만, 이 사태가 지도자로서 이 의원을 평가할 때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