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반이민 정책, 다양성 정책 폐기, 석유 생산 증대, 의회 폭동 관련자 사면 등을 발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데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의 역할이 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에 대해 트럼프 캠프 수석고이었던 제이슨 밀러는 “그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믿는다”며 “대통령의 초기 조치에 대해 그는 핵심 실행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야 집회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인물도 밀러 부비서실장이었다. 그는 당시 집회에서 8분간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그는 “그들은 이 운동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으며 마가(MAGA)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더 강력하며, 더 단결하고, 더 결단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는 “그는 아마도 현재 (백악관 내 대통령·참모진 업무 공간인) 웨스트윙에서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것”이며 “아마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밀러 부비서실장은 정책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알고 있으며 대통령은 그를 깊이 신뢰한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1985년 생으로 올해 39세인 밀러 부비서실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캠페인부터 열렬한 지지자였다. 당시 30세였던 그는 트럼프타워 5층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앉아 트럼프 정책을 만들었다.
그가 정책 베테랑으로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민주당도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상원 민주당 지도부의 오랜 보좌관이었던 짐 맨리는 “그는 대통령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1985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10대 시절에 ‘정치적 올바름(PC)’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는 등 일찍부터 우익 성향을 드러냈다. 듀크대에서 공부한 뒤 공화당 정치에 입문해 지성과 재능을 빠르게 증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정책 고문으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수립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그가 반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민자 단체인 아메리카스 보이스의 바네스 카르데나스 이사는 그의 백악관 복귀에 대해 “매우,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밀러 부비서실장은 이민에 업무 중심을 두되 무역 정책 등 미국과 세계 관계의 재편,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 개혁 등에도 관여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